광산에서 흘러내린 중금속에 의한 '환경 오염' 우려도
이스라엘군도 지원…댐 관리업체 금융자산 동결 확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광산 댐 붕괴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공식 사망자 수는 58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최대 300명으로 추산된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소방대와 군, 경찰이 사고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이날부터는 이스라엘군 140여 명이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가 보낸 구호물자 16t도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사망자는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유가족들에게 인도되고 있으며, 육안 식별이 어려운 사망자에 대해서는 치아·DNA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생존자 가운데 20여 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구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방대 관계자는 "사고 이후 수색작업이 늦어지면서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5시 30분께 또 다른 댐에서 붕괴 경보가 울리면서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나 붕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주도(州都)인 벨루오리존치 시 인근 브루마지뉴 지역에 있는 광산의 3개 댐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이 댐들은 세계적인 광산개발업체 발리(Vale)가 소유·관리하고 있다.
댐이 무너지면서 흙더미와 건설자재 등이 쏟아지면서 발리 현장 사무소와 인근 마을을 덮쳤으며, 가옥이 침수되는 바람에 상당수 주민이 고립됐다.
생존자인 캐롤린 스테필드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사고 당일 아무런 경보도 없었다"며 "대피하라는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지대가 높은 곳을 향해 달렸을 뿐 사이렌 소리는 없었다"고 말했고, 다른 생존자들도 비슷한 진술을 내놓았다.
또 다른 생존자인 사이먼 페드로사는 "언덕을 따라 진흙더미가 쓸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과 함께 차에 올라타 높은 곳으로 도망쳤다"며 "그날의 굉음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실종자의 어머니인 소니아 파티마 다 실바는 "정말 화가 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솔직한 말이다. 나쁜 소식일지라도 나는 듣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아들은 20년간 발리사에서 근무했다.
사고 발생 후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은 분노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애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면서 발리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발리와 브라질 당국 모두 아직 사고 원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브라질 연방검찰 총장은 "분명 누군가에게 잘못이 있다"며 수사를 약속했다.
현지 신문은 사고가 난 광산이 작년 12월 '위험 감소'를 이유로 확장 면허를 받았고,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위법하다는 항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나스 제라이스 주 법원은 사고 수습 이후 보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발리의 금융자산 110억 헤알(약 3조2천700억 원)을 동결했다.
발리에 대한 금융자산 동결은 초기 10억 헤알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발리는 광산에서 쏟아져 내린 성분이 대부분 모래일 뿐 독성물질이 없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지만, 2015년 비슷한 사고와 관련해 유엔 보고서는 '고농도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미나스 제라이스 주 마리아나 시에서 발리와 호주 광산회사 BHP 빌리턴이 공동 관리하던 댐이 무너져 19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600만㎥의 광산 쓰레기 등이 인근 강으로 흘러들어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동안 25만명이 식수로 마시지 못하고,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해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기록된 바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위터에 "마리아나 시와 브루마지뉴와 같은 비극이 더는 없도록 정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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