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해 직접 유발·주최 측과 관련성 인정돼야 처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집회라도 직접 교통방해를 유발하지 않고, 주최 측과의 관련성도 없는 단순 참가자에게는 교통방해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희주(67)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도로 교통을 방해한 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참가자가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거나 집회 주최 측과 함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이 사건 집회에 단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씨가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2015년 3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개최한 '국민연금 강화·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신고된 경로를 이탈해 행진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주최 측과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정도의 순차적·암묵적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각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을 함으로써 그 일대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했고, 조씨도 각 집회의 신고범위를 벗어난 차로 점거행위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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