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 시대 해양관광]② 해양레저 허브 해운대의 민낯

입력 2019-01-29 06:35   수정 2019-01-29 11:22

[3만불 시대 해양관광]② 해양레저 허브 해운대의 민낯
천혜 관광자원 무색한 해양 인프라…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필요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천114만명에 달한다.
부산 7개 해수욕장 전체 피서객(4천73만명)과 비교해도 4분의 1이 넘을 정도로 해운대해수욕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레저 허브로 잠재력을 갖춘 곳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방문한 많은 관광객은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고 일부는 고정시설이 아닌 임시 계류장에서 바나나 보트, 수상 오토바이 등 해양레저를 이용한다.
하지만 해운대구가 '사계절 해양레저 천국을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해양레저 특구는 '개점휴업'이거나 본래 취지를 벗어난 기형적인 행태로 운영되고 있다.

◇ 10년 넘게 표류하는 해운대 해양레저 특구

해운대구는 해양레저 천국을 만들겠다며 2007년 해양레저특구 사업자 공모를 거쳐 4개 민자사업자를 선정했다.
동백섬, 송정해수욕장, 수영강에 민자사업으로 해양레저시설 4곳을 완공했으나 현재 한 곳도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
동백섬 해양레저기지(더베이 101)는 해양레저는 어디 가고 음식점 영업만 한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는 요트와 수상 오토바이 등을 계류하는 시설이 있지만 높은 파도가 치면 비싼 장비가 부서지기 일쑤라는 점이다.
동백섬에서 해양레저 사업을 한 업체 관계자는 "동백섬 안쪽으로 파도가 들어오면 피할 곳이 없어 자고 일어나면 요트가 부서지고 제트스키가 떠내려가 손님도 못 받고 장비 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를 설치하지 않으면 해양레저 계류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장한 송정해수욕장 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도 겨울에는 커피숍, 음식점, 숙박시설 등 부대시설 영업만 성황이다.
APEC나루공원 수영강변에 조성된 수상레저시설(센텀마리나파크)은 2015년 9월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업난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송정해수욕장 죽도공원 해양레저거점은 2014년부터 3층 건물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 개점도 못 하고 있다.

◇ 해운대 거점 마리나 항만 조성 논란
해양수산부는 2015년 동백섬 앞 운촌항 일대에 해운대 거점 마리나 항만 조성사업지로 선정했다.
동백섬 앞 운촌항 일원 9만1천500㎡(육상 4만1천100㎡, 해상 4만7천300㎡, 방파제 3천100㎡) 면적에 친수·경관형 방파제, 산책로, 공원, 친수공간, 계류시설(100∼250척), 클럽하우스 등을 2021년까지 조성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해수부는 더베이 101을 운영하는 삼미건설 컨소시엄을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양측이 2016년 11월 협약을 체결했다.
더베이 101 관계자도 "파도 높이가 30㎝ 이하를 유지해야 해양레저 장비를 계류할 수 있는데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어 너울성 파도만 생겨도 계류시설이 파손된다"며 "해양레저를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부대시설인 음식점에만 주력한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백섬 앞에 방파제를 만들면 마리나 항만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국가가 290억원을 들여 동백섬에 길이 300m 방파제를 설치하는 이유는 음식 장사를 하는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행위"라며 "특히 방파제로 해류 흐름을 차단하면서 생태계 훼손까지 우려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해운대 거점 마리나 항만 전략환경평가 공청회에서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해운대 해양레저 활성화 해법은 없나

해운대 해양레저특구 사업은 구상단계부터 민자유치나 인·허가·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산이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명소인 해운대에 있는 해양레저시설을 어떻게 해서든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해양관광 이해와 저변 확대에 따른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해양레저를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아카데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부산은 세계 어느 해변 도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해운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학여행단 등 누구나 쉽게 바다를 즐기고 1만원대 저가에서부터 10만원 대가 넘는 고가상품 등 다양한 해양관광상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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