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활이요? 잘 살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원하는 게 있으면 물불 안 가리고 다 뒤집어 엎어버린다. 도로에서 자신이 모는 고급 차와 똑같은 차를 맞닥뜨리자, 기분 나쁘다며 그 자리에서 제 차를 박살 낸다. 악인은 악인인데, 지극히 유아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이달 30일 개봉하는 영화 '뺑반'에서 조정석(39)이 연기한 통제 불능의 스피드광 정재철 캐릭터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정석은 "제 실제 성격과는 너무 다른 인물이어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영화 '마약왕'(2018), '형'(2016), 드라마 '투깝스'(2017), '질투의 화신'(2016) 등에서 주로 유쾌하고 따뜻한 역할을 한 조정석은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극 중 재철은 한국 최초 포뮬러 원(F1) 레이서 출신 성공한 사업가로 뺑소니부터 탈세, 횡령, 뇌물 상납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다.
'뺑반'(한준희 감독)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재철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뺑소니전담반의 활약을 그린다.
조정석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결이 달라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 "도전과 모험은 배우의 숙명으로, 잘하는 역할만 계속할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재철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나르시시즘(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에 빠져있다"며 "자신이 일궈놓은 성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가끔 광기를 폭발하는 재철은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말을 더듬고 한쪽 눈을 깜박인다. 조정석은 "말을 더듬는 설정은 시나리오에 있었다"면서 "자칫하면 감정과 대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될 수 있어 적정한 선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떠올렸다.
조정석은 고난도 카체이싱 액션도 소화했다. 극 중 운전 장면의 90%는 그가 직접 연기했다. 특히 재철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많아 운전과 연기를 동시에 하느라 애를 먹었다.
"마치 만화처럼 자동차도 감정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어요. 달리는 제 차와 카메라 촬영차가 같은 속도로 붙어서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위험했죠. '칼치기'(차선 급변경)를 하는 장면은 시속 100㎞로 달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연출부와 제작부가 사전 준비를 철저해서 위험한 장면을 안전하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카체이싱 장면을 위해 F1보다 낮은 단계인 포뮬러 스리(F3) 머신으로 실제 주행연습도 했다.
"F3 머신을 모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거의 눕다시피 운전석에 앉아 한발로 조절하고,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운전해야 합니다. 처음 타는 분들은 대부분 시동을 꺼뜨리는데, 저는 한 번도 꺼뜨리지 않았죠. 전문가들이 저더러 '진짜 잘 탄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셈이죠. 그래도 속도를 즐기지는 않습니다. 하하."
조정석은 형사 역을 맡은 류준열, 공효진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조정석은 류준열과 함께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류준열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요즘 류준열씨가 대세잖아요. 지난번 영화 '형' 개봉 당시 도경수 씨랑 무대 인사를 다녔을 때 느낀 에너지를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류준열씨는 또래 배우 중 가장 열심히 연기하고, 도전이나 모험을 계속 시도하는 친구"라며 치켜세웠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후 재회한 공효진에 대해선 "눈빛만 봐도 서로 아는 사이로, 특히 코믹 코드가 잘 맞는다"며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같이한다면 빵빵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정석은 지난해 10월 가수 거미와 언약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연애할 때부터 (성대한 결혼식이 아니라) 양가 부모 모시고 언약식을 올리자고 이야기했어요. 지금은 결혼해서 잘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둘 다 너무 바빠서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갔어요."
조정석은 '뺑반' 이후에는 SBS TV 드라마 '녹두꽃'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1894년 동학 농민운동 때 농민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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