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재무정보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 제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감사보고서에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이 불과 수개월 뒤 부도를 내는 일이 잇따르면서 중국 회계감사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선전거래소 상장기업인 캉더신(康得新) 복합재료그룹은 지난해 3분기 감사보고서에서 154억 위안(약 2조6천억원)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만인 이달 15일 만기가 돌아온 10억 위안(약 1천660억원)의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고 말았다.
선전거래소가 154억 위안에 달하는 현금의 행방을 묻자 이 기업은 "답변하기 힘들다"며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산둥(山東)성에 있는 SNTON 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서 40억 위안(약 6천6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불과 6개월 만인 지난해 말 현금보유 평가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3억9천800만 위안(약 660억)의 부채 상환에 실패했다.
지난해 3분기 감사보고서에서 42억 위안(약 7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르워드 과기실업그룹도 3개월도 안 된 지난달 6억9천800만 위안(약 1천160억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이러한 일이 잇따르면서 중국 상장법인의 정기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법무법인 파트너인 후훙웨이는 "이 같은 경우 감사를 받는 기업들이 회계법인을 고의로 속여 분식회계를 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기업과 회계법인이 공모해 회계자료를 조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들에게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와 관련된 문제들에 주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미국 회계법인에서 감사보고서를 인정받지 못하는 중국 기업은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마저 검토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사의 임원인 르네 램은 "충분한 현금을 보유했다고 밝힌 기업들이 얼마 후 부도를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업 재무정보의 정확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중국 회계감사의 질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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