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도 선동열 감독 대신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경문(61)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은 "선동열 감독의 마음마저 모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논란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배 선동열(55) 전 감독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 한 마디다.
김경문 감독은 2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야구와 선동열 감독을 모두 화두에 올렸다.
김 감독은 한국 야구대표팀이 본선 진출권을 얻으면 태극마크를 달고 2020년 도쿄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애초 선동열 전 감독도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2017년 7월 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올랐다.
선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이 됐고, KBO 기술위원회는 김경문 감독을 1순위 후보로 꼽고 감독직을 제안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수락했다.
12년 전을 떠올릴 법한 상황이다.
2007년 3월 KBO는 김경문 당시 두산 베어스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했다. 임기는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까지였다.
애초 2005·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룬 선동열 당시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1순위로 꼽혔지만, 본인의 고사 속에 '선배' 김경문 감독이 낙점됐다. 선동열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예선까지는 투수 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보좌했지만, 올림픽 본선 코칭스태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2007년 3월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을 때 김경문 감독은 "한국 야구가 현재 위기라는 점은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대표팀 감독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8일 기자회견에서도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 자리가 어려운 것은 모두가 다 안다. 어려운 상황을 피한다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수락했다"고 했다. '독배'가 될 수 있는 잔을 든 김 감독은 그간의 고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풀영상]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어려운 자리…피하는 모습 보이기 싫었다" / 연합뉴스 (Yonhapnews)
12년 전과 다른 점도 있다. 2007년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일 때는 선동열 전 감독이 코치로 합류할 예정인 터라 '1순위 후보'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 1월에는 선임 기자회견에서 '전임 감독'을 감쌌다. 김 감독은 "선 감독의 마음속 고충은 감독을 해보지 않으면 못 느낄 정도였을 것"이라며 "프리미어 12가 열리는 올해 11월부터 선 감독의 마음마저 모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신화를 일궜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밀렸다.
12년 만에 야구가 올림픽 무대에 복귀하는 시점에 김경문 감독도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