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플랜 B'·수정안 놓고 격돌…합의안 승인투표는 내달 열릴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하원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영국의 향후 브렉시트(Brexit) 계획과 관련한 표결을 실시한다.
이번 표결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거나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표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스카이 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9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플랜 B'와 하원의원들이 제출한 수정안에 대해 토론한 뒤 투표할 예정이다.
앞서 하원이 지난 15일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키자 메이 총리는 21일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했다.
영국이 지난해 제정한 유럽연합(EU) 탈퇴법 제13조는 의회 승인투표가 부결되면 정부가 향후 조치를 제안하는 성명(statement)을 발표하고 이를 결의안(motion) 형태로 의회에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메이 총리는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 '안전장치'(backstop) 관련 EU와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는 아울러 자국 내 거주하는 EU 회원국 주민의 등록 절차에 부과되는 수수료(65 파운드·약 9만6천원)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원의원들은 메이 총리의 '플랜 B'에 대한 다양한 수정안을 내놨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수정안은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와 힐러리 벤, 보수당의 니키 모건 등 하원 특별위원회 의장들이 제출한 안이다.
이 수정안은 다음 달 말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 시점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는 내용이다.
전 법무상 출신의 도미닉 그리브 보수당 의원 등도 2월 말까지 의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냈다. 다만 이를 얼마나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충분한 토론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뒤,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놓고 투표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노 딜'을 배제하는 한편,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놨다.
북아일랜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보수당의 앤드루 모리슨 의원은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2021년 말에는 종료되도록 시한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영국이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할 경우 합의안에 반대하도록 하는 수정안,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수정안,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를 이룰 때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일련의 투표를 하도록 하는 수정안 등이 의회에 제출돼 있다.
이같은 수정안은 모두 표결에 부쳐지지는 않는다. 상정 여부는 존 버커우 하원의장 권한이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른바 정치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향후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플랜 B' 및 수정안은 이른바 브렉시트 향후 계획과 진로에 관한 것으로, 지난 15일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과는 관련이 없다.
정부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별도 의회 승인투표에서 통과된 뒤에야 이행법률 심의 및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영국 정가에서는 이같은 일정을 고려해 메이 총리가 EU와 '안전장치' 관련 재협상에 나선 뒤 2월 중 제2 승인투표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