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부총리 "시칠리아 대형 난민센터도 폐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나흘 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연안에 정박 중인 네덜란드 선적의 난민구조선 '씨 워치3'에 탑승한 난민들의 상륙이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당국이 이 배에 대한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
시라쿠사 항만청은 28일(현지시간)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선박은 '씨 워치3'가 정박 중인 시라쿠사 연안으로 향하거나, 그곳에 정박해서는 안된다고 명령했다.
항만청은 공공질서와 공중보건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명령은 전날 이탈리아 야당 의원 3명과 시라쿠사 시장이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심리상담사 등을 대동한 채 고무 보트를 빌려 '씨 워치3'에 승선,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 일에 대응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의 스테파니아 프레스티자코모 의원 등은 난민구조선의 상황을 살핀 뒤 기자들에게 "리비아에서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구금에 처해 있다가 유럽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 이들이 화장실이 1개에 불과한 좁은 난민선에 여러 날 동안 갇혀 있다시피 해 정신적인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구호단체 '씨 워치'가 운영하는 이 배는 지난 19일 리비아 근해에서 난민, 이주자 등 47명을 구조했지만, 몰타와 이탈리아 등이 입항을 거부하면서 지중해를 떠돌던 중 악천후를 피해 시칠리아 남동부 항구인 시라쿠사 인근에 정박해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 배에 타고 있는 13명의 미성년자만이라도 하선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이탈리아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나,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난민구조선에 승선해 있는)미성년자는 17세다. 배에는 어린아이들이 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이런 요구를 일축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오히려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가장 가까운 곳에 배에 있는 사람들을 내리도록 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씨 워치 3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배에 있는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하며, 이 배의 선장과 승무원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난민선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난민선에 승선함으로써, 보건 위생 규정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살비니는 28일에는 이탈리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술 더 떠 시칠리아 섬 미네오에 위치한 대형 난민센터를 올해 말까지 폐쇄할 것이라는 구상도 발표했다.
그는 이 라디오에 "난민센터가 크면 클수록 범죄자들이 침투하기 더 쉬워진다"며 대형 난민센터 폐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주 난민 약 500명을 수용하고 있던 로마 인근 도시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에 있는 이탈리아 제2의 난민센터도 전격 폐쇄,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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