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주서 각각 기소…對이란 제재위반·T모바일 기술탈취 등 혐의
30~31일 미중 무역협상 긴장 고조될듯…美상무 "무역협상과는 완전히 별개"
FBI 국장 "화웨이의 뻔뻔한 행태"…법무 대행 "범죄행위, 中 행동 취해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전격 기소, 양국간 전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8일(현지시간) 금융사기, 기술절취 등 혐의로 화웨이와 이미 캐나다에서 체포된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기소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기소 대상은 화웨이, 홍콩의 화웨이 위장회사로 알려진 '스카이콤 테크'(Skycom Tech) 및 미국 현지의 '화웨이 디바이스 USA'를 비롯한 2개 관계회사와 멍 부회장 등이다.
이번 기소는 뉴욕주 검찰 당국과 워싱턴주 대배심에 의해 각각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동부 지검은 화웨이와 2개 관계회사, 멍 부회장을 대상으로 은행 사기 등 13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스카이콤 테크와 화웨이 디바이스 USA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감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멍 부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주 대배심은 미 통신업체인 T모바일의 기밀 절취, 사법 방해 등 10개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T모바일은 지난 2014년 화웨이와 미국에 기반을 둔 '화웨이 디바이스 USA'를 고소했다. 사람의 손가락을 흉내 내고 스마트폰을 테스트하는 '태피'(Tappy)라는 로봇 공장을 찾은 화웨이 엔지니어들이 로봇 기술을 훔쳤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가 경쟁사들로부터 기술을 빼내는 데 성공한 직원들에게는 '보상'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측은 T모바일 측과 2017년에 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캐나다는 지난달 1일 미국의 요청으로 멍 부회장을 밴쿠버에서 체포했다. 멍 부회장은 미국의 이란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보석으로 일단 풀려나 캐나다 내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미국은 멍 부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화웨이와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미중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기소는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미국의 의중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도용, 투자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등 문제를 지적하며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기소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물론 동맹국들에도 화웨이의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 강화라고 평가했다.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은 이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화웨이에 대한 기소 사실을 공개했다.
로스 장관은 이번 기소는 "미·중 간 무역협상과는 전적으로 별개"라고 밝혔다.
레이 FBI 국장은 "이번 사건은 미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려는 화웨이의 뻔뻔하고 지속적인 행태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혐의 숫자와 규모에서 보듯 화웨이와 고위 경영진들은 미국의 법과 국제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존중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레이 국장은 또 정보 절취와 조작, 은밀한 스파이 행위 등 위험을 제기하며 화웨이 장비의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도 "중국은 자국 기업에 의한 범죄행위를 우려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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