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DVSA와 자회사 미국 내 자산 동결·송금 금지…"모든 외교경제 수단 동원"
과이도, PDVSA와 시트고 이사회 인선 '명령'…리마그룹, 내주 캐나다서 긴급회동
"5,000 병력 콜롬비아로" 볼턴 메모장 포착돼 美 군사개입 가능성도 제기
베네수엘라 군부는 마두로 편에…국방장관 "제국주의자에 맞설 준비돼 있어"
(멕시코시티·워싱턴=연합뉴스) 국기헌 임주영 특파원 = '반(反) 마두로' 전선을 주도하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하는 국영 석유기업을 상대로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마두로 퇴진을 겨냥한 압박의 고삐를 한층 더 조이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역시 미국의 제재에 발맞춰 국가 주요자산의 장악에 나섰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이 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며 강력 반발한 데다 군부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해 양측의 대치가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A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제재에 따라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PDVSA가 가진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Citgo)가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된다. 대신 회사 수익금은 접근이 차단된 미 계좌에 보관된다.
므누신 장관은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모든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나 민주적으로 선출될 정부에 신속히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 제재를 완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 물러가라"…베네수엘라 시위 격화, 35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의 지원 아래 과이도 의장도 과도정부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낸 성명에서 국회에 국영 석유기업 PDVSA와 시트고의 새로운 이사회 인선 작업에 착수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점진적이며 질서정연하게 우리 공화국의 해외 자산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권력 강탈자(마두로 대통령)와 그의 일당이 정권서 물러나는 과정에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과이도 측은 시트고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지분 절반이 해외 채권자들 손에 넘어가기 전에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국제사회의 거센 퇴진 압박에 직면한 마두로 대통령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제재 조치를 '범죄적'이라고 비난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의 자산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 TV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미국이 시트고를 베네수엘라로부터 훔치려 한다"며 "PDVSA의 책임자에게 시트고의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 법정에서 행동에 돌입하라는 특별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Hands off Venezuela)"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마두로가 '강대강' 대치를 불사한 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군사 개입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은 더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이날 제재를 발표하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5천 병력(5,000 troops to Colombia)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의구심이 증폭됐다.
볼턴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개입을 고려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국이 '시계제로'에 빠진 상태에서 정국 향배의 열쇠를 쥔 군부는 일단 마두로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한 성명에서 군은 '미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 조국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군부가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과이도 의장의 '구애'를 뿌리치고 마두로 현 대통령에게 충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과이도 의장은 군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군이 마두로 축출에 힘을 보탠다면 과거의 불법적 행태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내 상황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후로 군경의 강제 진압 탓에 35명이 사망하고 850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권단체인 베네수엘라 인권 교육 행동 프로그램은 "경찰 특공대(FAES)가 빈민 지역에서 수행한 작전 도중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불법적 처형으로 8명이 숨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야권이 1958년 이날 베네수엘라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대중 봉기로 무너진 것을 계기로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의 도화선에 다시 한번 불을 댕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사태를 다루기 위해 2017년 미주 14개국으로 구성된 일명 '리마그룹'이 다음 달 4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해 해법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과이도 의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마두로 정권에는 어떤 합법성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권력은 국회"라고 강조했다.
리마그룹 중 멕시코를 제외한 캐나다,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대다수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과이도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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