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아베 정권 출범한 2012년 12월부터 경기확대 지속"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경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체제에서 사상 최장기 확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모테기 토시미츠(茂木敏充) 경제재생담당상(장관)은 29일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 확대 국면이 올 1월까지 74개월(6년 2개월)째 이어져 전후 최장기 경기 확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고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2012년 12월은 아베 총리가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제2차 집권에 들어간 시점이다.
지금까지 일본 경기가 최장기 확장세를 보인 것은 한일월드컵이 열린 해인 2002년 2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2월까지 73개월간으로, 이 기간을 '이자나미'(いざなみ) 경기라 부른다.
일본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이자나미'는 일본 땅에 존재하는 여러 신을 낳은 것으로 돼 있다.
아베 정권은 집권 이후에 최장 기간의 경기 확장세가 공식 확인될 경우 경제 부문의 최대 업적으로 이를 적극 내세워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열린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도 자신의 2차 6년 집권 기간에 '3개의 화살'을 날린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경제가 10% 이상 성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3개의 화살은 ▲ 통화량을 늘려 경기확장을 꾀하는 과감한 금융정책 ▲ 10조엔(약 10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통한 수요 창출 ▲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로 요약된다.
과감한 금융정책에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앞장섰다.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를 대량으로 풀어 엔저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효과를 발판으로 삼은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진 것도 경기 호조를 이끈 요인이었다.
여기에 작년에 3천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과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활발한 유입도 일본의 경기 확장세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이뤄진 월례 보고 내용은 정부 차원의 견해로, 실제로 최장 경기확장 국면인지는 약 1년 후 열리는 전문가 회의에서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교도통신은 "정부는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며 활발한 기업 활동이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일본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중국 경기의 둔화와 더불어 올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 등 일본 경제를 위축시킬 요인이 잠복해 이번의 경기 확장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에선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 개최 직후인 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 57개월 동안 경기가 확장세를 보인 '이자나기'(いざなぎ) 호황을 누렸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의 남편으로 불리는 일본 신이다.
당시는 자동차, 에어컨, 컬러TV 등 이른바 신(新) 삼종신기(三種の神器) 보급으로 소비시장이 급성장했다. 일본은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이자나기 경기 때의 국내총생산 증가에 힘입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던 과거를 갖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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