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잠정폐쇄…"리비아서도 철수 안했는데 그만큼 심각"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코트라(KOTRA)가 최근 국제사회의 양분된 지지 속에 '두 대통령'이 대립하면서 극도로 정정이 불안해진 베네수엘라에서 무역관을 결국 철수하기로 했다.
코트라는 오는 3월 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무역관을 근 반세기만에 잠정 폐쇄하는 대신 인근 파나마에 있는 무역관을 활용해 베네수엘라와의 교역관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유지할 방침이다.
30일 복수의 코트라 관계자에 따르면 코트라는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최악의 경제난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보려 했지만 최근 내부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되는데다 무엇보다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무역관 철수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70년 3월 개설된 카라카스 무역관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해외 무역관 중 하나로 최근까지 코트라 직원 1명과 현지 직원 3명이 일해왔다.
한 코트라 관계자는 "과거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사태 때만해도 트리폴리 무역관을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덕분에 비즈니스에 큰 덕을 봤다"며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이란에서도 테헤란 무역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는 여야 간 유혈충돌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석유에 대해 제재에 들어가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3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서방세계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 베네수엘라 군부와 좌파 국가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해 정국이 갈수록 혼미한 상황이다.
코트라는 당초 카라카스 무역관이 실적 미달로 감사원의 폐쇄 권고 대상에 올랐던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 상류 소비층을 겨냥해 '한국 소비재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었다.
정부가 2년 연속 수출 6천억달러를 목표로 총력 수출지원 태세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무역관 폐쇄 결정이 도드라져 보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수출 다변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對)베네수엘라 수출은 5천100만달러(약 570억원)으로 전년보다 84.2% 감소했고 수입 역시 1천700만달러로 46.6% 줄었다. 지난해 수출의 경우 9월 현재 약 1천400만달러에 불과해 전체 교역량은 훨씬 더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떠난데다 항공편도 축소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현지 기업인들조차 파나마와 미국 마이애미로 빠져 나와 대금 결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경제난 속에서도 어렵사리 무역관을 운영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사실상 지난해부터 폐쇄 논의가 있었다"며 "이제 정치까지 붕괴되는 마당에 우리 정부 예산만 무역관에 계속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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