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면 통증 더 심해진다

입력 2019-01-29 17:52  

잠 못 자면 통증 더 심해진다
UC버클리 연구팀 "밤 꼬박 새우면 고통감지 지수 30%까지 늘어"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만성 불면증 환자는 수면 부족과 통증의 과학적 의미를 직관적으로 안다.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가는 관계다.
요통, 좌골신경통,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는 만성 통증 환자는 종종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면이 부족하면 요통이 심해져 다음날 밤엔 잠자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수면 부족이 통증을 악화하는 이유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상이나 발목 염좌 등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인체의 반응 체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신경세포가 척수를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야 통증을 느낀다.
뇌에는 상처에 반응해 활성화하고, 감각을 통제하거나 무디게 하는 '신경 영역 망(network of neural regions)'이 존재한다.
공격하는 육군 부대와 손실을 줄이려는 지휘통제부 사이에 벌어지는 일종의 생리학적 대화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뇌와 신경세포 사이의 톱다운(top-down)식 상호작용과 여기에 미치는 수면의 영향을 규명한 신경과학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매슈 워커 교수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25명의 성인 자원자를 동 대학의 수면연구소로 오게 해, 뜨거운 열로 인한 통증 임계치를 측정했다.
하룻밤 내내 숙면하거나, 반대로 밤을 꼬박 새운 다음 날 아침에 각각 측정했는데, 그 사이에 최소한 1주일의 시차를 뒀고 뇌 영상 촬영도 함께 했다.
연구팀은 자원자의 발목 언저리에 작은 가열 패드를 부착하고, 가장 낮은 1단계부터 '참을 수 없는' 10단계까지 통증 수위를 표시하게 했다.
그 결과 밤을 꼬박 새운 사람은 예외 없이 다음 날 아침의 열(고통) 감지 지수가 최하 15%에서 최고 30%까지 더 높아졌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전에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뇌 영상 이미지가 더해져 의미가 더 커졌다.
각 참여자의 뇌 활성도는 통증 인지 영역에서 가장 높았고, 통증의 관리와 억제를 돕는 것으로 여겨지는 영역에서 가장 낮았다.
가장 활성도가 높은 부위는 '체성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이라는 부위였다. 뇌 상층부를 헤드폰 밴드처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신경세포 조직이다.
일명 '호문쿨루스(homunculus: 난쟁이)'로 통하는 인체 '신경지도(neural map)'가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부위에서 통증 감각이 실제적 아픔으로 의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낮은 수위의 활성화는, 시상(thalamus)이나 중격핵(nucleus accumbens) 같은 뇌 심부(deeper brain)에서 일어난다.
현실 세계에서 의도적으로 수면 부족 상태를 만드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뇌의 통증 관리 체계를 복구하고 조절하게 진화된 '백업 시스템( backup systems)'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구팀은 일상적 통증에 시달리는 성인 60명을 온라인 모집해 이틀에 걸쳐 수면과 통증을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첫날 밤 수면의 질을 이튿날 아침에 점수로 매기고, 당일 저녁에는 통증 수위를 점수화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에서, 밤잠을 설치면 이튿날 낮의 통증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지속 시간이 아니라, 거의 꿈을 꾸지 않는 깊고 질 좋은 수면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버드대 의대의 신경정신과 부교수인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는 "좋은 소식은, 정신의학과 기억 관련 분야에서 수면의 중요성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라면서 "반면 나쁜 소식은, 연구 결과가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트리클 다운(trickle-down) 소요 시간이 평균 10년 정도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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