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투혼…AG 3개 종목·탁구·유도·핸드볼서도 단일팀 탄생
남북, 2월 15일 IOC 주재 회의서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논의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참가였다.
서울올림픽은 냉전의 양축인 미국과 구소련의 참가로 인류 화합의 새 역사를 썼지만, 북한을 우리 땅에 초대하진 못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뀐 뒤 우리나라에서 다시 열린 평창올림픽은 북한의 전격적인 참가로 평화올림픽의 초석을 쌓았다.
남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지원으로 한발 더 나아가 국제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분단의 땅 한반도에서 지구촌에 강렬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아이콘이자 이후 탄생한 여러 단일팀의 마중물이었다.
남북 관계의 대전환은 평창올림픽에서 한반도기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남북은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에, 2000년 시드니하계올림픽 이래 국제종합대회에서 10번째로 개회식 공동입장을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진일보한 남북 관계의 촉매제였다.
IIHF가 남북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23명에서 35명으로 늘려주면서 우리나라 선수 23명, 북측 선수 12명을 합쳐 단일팀 '코리아'가 결성됐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국제 종합대회 최초로 단일팀이 꾸려진 것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불과 20일 앞두고 워낙 급박하게 구성된 터라 남북 단일팀은 처음엔 우리 국민의 절대적인 환영을 받진 못했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했다는 불만과 함께 단일팀 구성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확보한 우리 선수들이 출전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면서 단일팀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올림픽 개막 후 빙판을 달구며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감동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세계와의 현격한 기량 차 탓에 5전 전패로 올림픽을 마감했지만, 단일팀은 남북이 함께 힘을 모으면 못할 게 없다는 한민족의 자긍심을 투혼으로 승화해 전 세계의 갈채를 받았다.
단일팀의 한국계 혼혈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 31초에 터뜨린 역사적인 첫 골의 퍽은 IIHF 명예의 전당으로 갔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이후 여러 종목에서 평화의 주춧돌을 놓은 또 다른 단일팀이 잇달아 탄생했다.
남북은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조정 3개 종목 단일팀을 구성했다.
카누 여자 남북 단일팀은 용선 5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반도기가 가장 높이 펄럭이고, 아리랑이 연주되는 신기원이 열렸다.
여자농구는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혔지만, 짧은 훈련에도 값진 은메달을 수확해 우리 민족의 저력을 과시했다.
사상 처음으로 같은 도복을 입은 남북 유도 단일팀은 지난해 9월 2018 유도세계선수권대회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핸드볼 남북 단일팀은 지난 1월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22위에 머물렀지만, 일본을 제압하고 감격스러운 첫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에서 세계의 강호 독일, 러시아, 프랑스, 세르비아 등을 상대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으나 세계 랭킹 5, 6위인 프랑스, 세르비아를 선전해 한핏줄의 끈끈함을 확인했다.
탁구의 남북 '오누이'인 장우진-차효심은 세계 톱에 가장 근접한 선수들이다.
장우진-차효심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지난해 7월 코리아오픈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둘은 작년 말 세계 톱랭커들만 참가한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찰떡 호흡을 뽐내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남북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고 2월 15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재로 남북 단일팀 회의를 연다.
남북은 최대 8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조율했고, IOC는 남북 체육 합의에 따라 종목별 국제연맹(IF)과 협조로 단일팀 구성 기준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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