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교회에 부담주지 않으려 사퇴…의혹 사실 아냐"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사건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교황청이 다시 한번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교황청 관료조직인 쿠리아에서 근무하는 고위 사제가 10년 전 고해성사 도중에 수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아동 성학대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처벌하는 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헤르만 가이슬러 신부(53)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가이슬러 신부는 2009년 고해성사 도중 같은 수도회 소속의 동료 수녀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이슬러 신부가 신앙교리성과 자신이 속한 수도회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개시된 교회법적 절차가 계속 진행되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이슬러 신부는 의혹을 제기한 동료 수녀를 명예 훼손으로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출신의 전직 수녀인 도리스 바그너는 사제에 의해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여성들이 피해를 고발하기 위해 작년 11월 로마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자신이 당한 사례를 폭로했다.
그는 당시 가이슬러 신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추후 인터뷰에서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
그는 가톨릭 매체인 CN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나도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결혼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면서,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해 고해성사실에서 도망쳤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피해 당시 25세이던 바그너는 사건 2년 후 수녀를 그만뒀고, 지금은 아이 1명을 낳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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