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 주도로 추진되던 동부해안철도(ECRL)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불과 수 일만에 번복했다.
30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밤 기자들을 만나 ECRL 프로젝트 재개 여부 등을 놓고 "아직 (중국 측과) 협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양측 모두에게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느낌"이라면서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ECRL 프로젝트 시공사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CCC)과의 계약을 취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의 지난 26일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의 참여 비율을 높이지 않고는 ECRL 프로젝트를 재개할 수 없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총리는 앞서 전날 낮 푸트라자야에서 진행된 부패 척결 5개년 계획 발표 행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재정 측면에서 정말로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기존 계약 조건대로라면 1천억 링깃(약 27조2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우리를 빈곤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파기 시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에는 "거액이라고 해도 (기존 계약대로 이행했을 때) 이후 30년간 우리가 지게 될 빚만큼 크지는 않다"고 마하티르 총리는 말했다.
다만, 중국계 정당인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 등은 중국이 팜오일 등 말레이시아산 원자재의 수입을 제한하는 등 경제보복에 나설 수 있다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반도 동부 툼팟에서 서부 해안 클랑 항(港)까지 668㎞ 구간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ECRL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통로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작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현 집권당은 같은 해 7월 ECRL 사업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2016년 비공개회담 회의록을 입수해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로 부실화한 국영투자기업 1MDB의 부채 문제 해결을 돕는 조건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합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일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비용은 시장가보다 높게 제안됐다"면서 "현 정부는 관련 자금 일부가 나집 전 총리의 정치 비자금으로 쓰이거나 1MDB의 부채를 갚는 데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