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타깃 낮아지면서 배우도 젊어져…역동적 전개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붉은 곤룡포에 길게 늘어뜨린 허연 수염. 우리한테 익숙한 사극 속 왕의 모습이지만 최근에는 좀 다르다.
왕성한 혈기에 좌충우돌하고, 불안정한 재위기 고뇌하는 청년의 모습을 한 왕들이 최근 안방극장에 신선한 사극 바람을 몰고 왔다.
시청률 10% 돌파를 코앞에 둔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 속 이헌(여진구 분)은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매일 목숨이 위태로운 젊은 왕이다.
이 가상의 캐릭터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로부터 미움받으며 지내다가 중전 소운(이세영)을 만나며 삶이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간신' 신치수(권해효)의 손을 잡고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늙고 교활한 신치수 앞에 젊은 왕은 불면의 날들에 시달린다. 급기야는 약에 의존하며 점점 피폐해지고 죽어가던 와중에 자신과 꼭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을 궁에 들여놓았다가 진짜로 자신의 자리를 잃고 만다.
왕 노릇을 하다 진짜 왕이 된 하선은 순수한 정의감으로 도승지 이규(김상경)와 손잡고 대동법 시행 등에 힘쓰며 젊은 왕으로서의 열정을 보여준다. 백성 한명 한명은 물론 동물 한 마리까지 아낄 줄 알고, 늘 '바른말'만 하는 젊은 피는 이규마저 탄복하게 한다.
오는 11일 처음 선보일 SBS TV 월화극 '해치' 속 연잉군 이금(정일우) 역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젊은 영조의 모습이다.
모친인 숙빈 최씨가 천민인 까닭에 그저 '천한 왕자'일 뿐이었던 그는 우연히 노론의 음모에 빠져 절망과 고통을 삼키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힘을 갖겠다 다짐한다.
기존 사극 속 영조는 재위 중·후반기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궁중 최하층 무수리 신분에서 내명부 최고 품계에 오른 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그린 '동이', 정조 이산의 인생을 담은 '이산' 등 다수가 그랬다.
영조를 연기하게 된 정일우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사극에서 다뤄지지 않은 젊은 영조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보통 영상 작품 속 영조는 정치적으로 날카롭고 엄한 할아버지로 묘사되는데, 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극 핵심인 '청년 영조' 정일우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는 문제적 왕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되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강렬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관심을 끈 '킹덤'에서는 늙은 왕이 있지만 이미 죽어 좀비가 된 모습이며, 대신 장성해 왕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세자 이창(주지훈)이 온전히 극을 끌어나간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세자가 역병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진정한 군주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그려진다.
방송가 관계자는 6일 "왕이 된 한참 후의 시절은 그동안 사극에서 너무 많이 다뤄져 고정관념도 있고 새롭지가 않다"며 "최근 시청자층 타깃이 낮아진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령도 낮아졌는데, 그게 사극에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젊은 왕을 내세우면 혈기왕성하고 역동적인 전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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