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없어야할텐데" 안성 한우농가, 구제역 걱정 태산

입력 2019-01-30 13:41   수정 2019-01-30 13:48

"확산 없어야할텐데" 안성 한우농가, 구제역 걱정 태산
'구제역 소' 트럭에 싣고 매몰지 이동…구제역 확산우려 키워
안성시 "이미 죽은소…날숨으로 전파가능성 작아" 해명


(안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한우 집산지인 경기도 안성에서, 그것도 면역력이 비교적 높다던 한우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자 지역 축산인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이 구제역 소 매몰 처리 과정에서 죽은 소를 덤프트럭에 싣고 다른 축사를 지나 300여m 떨어진 매몰지로 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을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작년에 백신 접종 했는데'…구제역 추가 확진 속 '물백신' 논란 / 연합뉴스 (Yonhapnews)
30일 오전 안성시 양성면 방축리에서 만난 한 축산인은 "확산만 안 되길 빌고 있다"고 짧게 말하며 근심이 많은 듯 담배 한 모금을 쭉 들이마셨다.
이곳은 반경 500m 내에 소농가 14곳(790마리), 3㎞ 이내에는 소와 돼지 등 우제류 농가 151곳이 있는 축산 마을이다.
현재 방역팀은 500m 이내 농가들에 대해 샘플링 조사를 하기 위해 우제류의 혈액을 뽑아 검사하고 있다.
1차 방역대 구역인 500m 이내는 이미 확산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축산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물며 전날 밤 방역팀이 구제역 발생 농가의 소 39두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해당 농장에서 300여m 떨어진 농장주의 논까지 차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을 축산인들의 우려는 더 커져 있었다.
실제로 마을 주민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덤프트럭 바퀴가 한 농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자국이 선명하다. 이 과정에서 개 밥그릇까지 납작하게 밟혔다.
축산인 A씨는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매몰지까지 거리는 못 해도 300m가 되고, 중간에는 농장 3곳이 있다"며 "죽은 소를 실은 덤프트럭 바퀴를 보니 다른 농장 앞마당까지 들어가서 차를 돌렸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도로에 생석회를 뿌리는 이유가 바퀴에서조차 구제역 바이러스가 옮겨올 수 있기 때문인데 어떻게 구제역 소를 싣고 다른 축사에 들어갈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안성시 측은 "매몰지까지 어쩔 수 없이 이동한 것은 맞다"면서도 "방역을 하면서 이동했고, 이미 죽은 소여서 날숨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작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두번째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소가 비교적 면역력이 높다는 한우여서 송아지나 임신우를 사육 중인 농가는 걱정이 더 많았다.
또 다른 축산인 B씨는 "물론 우리 마을 농장들은 구제역 백신을 모두 맞혔지만, 혹시 다른 마을 농가서 임신우나 면역력이 낮은 송아지에게 백신을 제대로 맞히지 않은 사례가 있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신우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기형 송아지를 출산하거나 아예 사산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일부 농가에선 꺼린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다"며 "다들 백신을 맞히고 방역을 잘하고 해도 구제역이 불가항력으로 오는데, 혹여 백신마저 맞히지 않은 농가가 있으면 구제역이 확산하진 않을까도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축산인 C씨는 "이웃집에선 불과 몇달 전에도 사산이 있었다"며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은 보상 잘 안되다 보니 임신우를 키우는 농가에선 피해가 더 크다"고 부연했다.
한우 집산지 안성에서는 28일 젖소 농장에서 첫 구제역 확진이 나왔고, 하루 만에 방축리 한우농장에서 두 번째 구제역 확진이 나왔다.
두 농장은 직선거리로 11㎞가량 떨어진 곳이어서, 아직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축산인들은 다른 곳으로도 구제역이 확산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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