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가 부인한 '킹크랩 시연회' 인정되자 방어선 와르르

입력 2019-01-30 17:47   수정 2019-01-30 17:49

김경수가 부인한 '킹크랩 시연회' 인정되자 방어선 와르르
재판부, 김경수 부인한 각종 의혹 조목조목 인정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였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 구속한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전면 부인한 각종 의혹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드루킹이 김 지사를 초청해 열었다는 '킹크랩 시연회'가 드루킹의 주장대로 진행됐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1심 판결은 유죄 쪽으로 완연히 기울었다.
이 시연회는 댓글 조작에 김 지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었다.
시연회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 계획을 승인했다는 점이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은 볼링에서 '킹 핀'이 공략된 상황과 흡사했다. 킹 핀과 함께 넘어지는 볼링핀들처럼 김 지사의 여러 공소사실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졌다.
김경수 "진실 외면한 법원…끝까지 싸울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의 선고 공판을 '킹크랩 시연회'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시작했다.
그간 특검과 드루킹 일당들은 2016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파주 사무실에 찾아온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김 지사는 이날 경공모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킹크랩의 시연 장면을 본 적은 없다고 완강히 부인해 왔다.
만약 김 지사의 주장대로 시연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김 지사는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경공모가 단순히 '선플 운동'을 하는 단체라고 생각했을 뿐, 프로그램을 동원한 불법적인 댓글 조작을 벌인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는 김 지사의 논리도 설득력을 갖춘다.
이를 위해 김 지사 측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드루킹에 의한 '말 맞추기' 정황이 있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보다는 킹크랩을 준비하고 구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접속 내역과, 드루킹이 마련한 자료 등을 토대로 김 지사가 시연 장면을 봤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김 지사의 1차 방어선이면서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기도 하던 지점이 무너지자, 이후의 공범 관계에 대한 판단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재판부는 김 지사 측이 부인한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사실로 인정했다.


시연회 이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킹크랩 개발의 완성도, 하루 작업량과 운영 시간, 경쟁 정치세력의 댓글 기계 사용 의혹 등 내용이 담겼다.
김 지사의 첫 주장대로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정보보고는 '받고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시연회가 존재했고 김 지사도 그 성격을 알고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후 범행의 공모 증거가 된다.
재판부는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수작업만이 아니라 킹크랩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드루킹이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텔레그램으로 보낸 것에 대해서도 김 지사 측은 "처음에는 확인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확인하지 않았고 메시지가 쌓이면 한꺼번에 모아서 읽은 것으로 표시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드루킹이 평소 회원들과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김 지사가 규칙적으로 이 내용을 확인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나눈 것 등으로 미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루 작업한 기사가 수백 건에 달하는데, 김 지사가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작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또 "드루킹으로부터 댓글 기계 등이 언급된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있으면서도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킹크랩에 관한 내용을 인식한 계기가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언론에서 '댓글 알바' 관련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하자 김 지사가 드루킹과의 비밀 대화방을 삭제하고, 보좌관에게 기사를 주며 "드루킹에게 알아보라"고 했다는 사실에도 재판부는 주목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범행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댓글 알바 관련 기사만 보고 곧바로 드루킹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의심하거나 비밀 대화방을 삭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조직적으로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고 본 재판부는 양자 사이가 서로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였다고 규정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지지 활동에 대한 보답과 향후 활동의 유인 제공 차원에서 오사카 총영사, 센다이 총영사 등 인사 추천과 역제안이 오갔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지방선거까지 계속 댓글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을 주요 동기로 센다이 인사 추천이 제안된 것으로 본다"며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했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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