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4년 전 정치적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한 파키스탄 국적 20대 여성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법무부 방침에 막혀 입학이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30일 이주와 인권연구소에 따르면 난민신청자 라디아(21·가명)씨는 지난 15일 한국생활 4년 만에 부산의 한 국립대학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입학허가서를 받으려고 대학을 찾은 라디아씨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은 라디아씨에게 입학하려면 유학생 비자(D-2)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아씨는 체류자격을 변경하고자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지만, 담당자는 난민신청자 비자(G-1-5)를 가진 국내 체류자는 유학생 비자로 변경할 수 없다며 비자 변경 접수를 거부했다.
담당자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한국대사관에서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아 오라고 했지만, 라디아씨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키스탄 소수민족 출신인 라디아씨 가족은 민족 간 갈등과 정치적 박해 때문에 2015년 2월 한국에 입국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모두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고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계류 중이다.
라디아씨에게 본국으로 돌아가서 유학생 비자를 받아오라는 말은 사실상 죽음을 각오하는 일이라고 이주와 인권연구소 측은 말했다.
지난해 3월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G-1 비자)에게 유학생 비자 변경 없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 사증발급 지침'을 변경했지만, 난민신청자에겐 적용하지 않았다.
라디아씨가 합격한 대학 신입생 등록 마감일은 다음 달 28일까지다.
그때까지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라디아씨 입학은 물거품이 된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라디아씨는 피나는 노력 끝에 대학에 합격했는데 난민신청자라는 이유로 입학할 수 없다는 건 불합리한 처사이며 또 다른 박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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