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재협상 추진에 EU "재협상 없다"며 '요지부동'

입력 2019-01-30 19:22  

英, 브렉시트 재협상 추진에 EU "재협상 없다"며 '요지부동'
EU, '反EU 포퓰리즘'·유럽의회 선거 의식 강경대응 '일관'
쫓기는 英·느긋한 EU…EU 일각 "英 재협상 요구는 시간끌기"
EU "英의 플랜C는 합의문수용·브렉시트 연기·철회 중 하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영국 하원이 지난 29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6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EU와의 재협상 추진을 의결한 데 대해 EU는 '재협상은 없다'며 요지부동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에 나섰던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30일 오전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EU)는 우리가 영국과 협상했던 합의를 고수할 것"이라며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전날 영국 하원이 '플랜B'로 브렉시트 재협상 추진을 의결한 뒤 "(기존에 합의한 영국의 EU) 탈퇴합의는 EU로부터 영국의 순조로운 탈퇴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이며 유일한 방안"이라면서 "탈퇴합의는 재협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EU 핵심 국가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EU는 재협상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영국의 요구를 일축했다.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라 2년 전 EU 탈퇴를 통보한 영국은 오는 3월 29일이면 EU를 자동탈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영국은 결국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EU는 '재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EU의 이 같은 태도는 한 번 영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할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돼 향후 영국과 정상적인 협상을 추진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당초 작년 12월 11일 예정된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승인투표를 지난 1월 15일로 연기하면서 EU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재논의하겠다고 할 때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EU와 영국은 1년 6개월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작년 11월 1단계로 영국의 EU 탈퇴문제를 주로 다룬 브렉시트 합의문에 합의했으며 앞으로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에 관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미래관계 협상은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경제·무역 관계를 비롯해 외교·안보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뤄야 하므로 협상이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어렵사리 협상을 타결한 뒤에도 영국 측으로부터 번번이 재협상을 요구받게 된다면 정상적인 협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EU로선 첫 회원국 탈퇴라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제2, 제3의 브렉시트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EU가 영국과의 기 싸움, 영국의 '벼랑 끝 전술'에 밀려 협상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을 드러낼 경우 다른 회원국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상당수 회원국에서 국민의 '반(反)EU' 정서를 이용해 EU 탈퇴를 주장하며 세력확대를 꾀하는 일부 정파의 움직임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EU로서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반EU'를 앞세운 포퓰리스트 세력이 유럽의회에 대거 진출할 경우 EU를 이탈하려는 원심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EU 내에서 불거지고 있어 EU의 강경 모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오는 3월 29일에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EU 측보다 영국이 입을 피해가 더 크다는 점도 EU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영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의 우려는 전날 영국 하원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로 의결한 대목에서도 입증된다.
EU는 영국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반대' 의결을 즉각 환영했다.
EU 일각에선 영국의 재협상 요구를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EU의 '재협상 불가 입장'이 워낙 확고한 만큼 재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영국 측도 잘 알고 있다는 것.
메이 총리는 이르면 금주 말에 브뤼셀을 방문,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공식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EU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영국 의회는 재협상 추진이라는 '플랜B'에 이어 내달 중순께 '플랜C'에 대한 논의와 표결을 해야 한다.
결국 영국 하원이 직면하게 되는 '플랜C'는 이미 합의한 브렉시트 합의문을 받아들이거나, 브렉시트를 연기하거나,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3가지 옵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EU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EU 입장에선 기존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 추진보다 나쁜 것은 없는 셈이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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