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경찰의 불법행위 조사문건 입수해 폭로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유류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군의 진압 과정에서 살인과 성폭행 등이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짐바브웨 경찰로부터 군의 불법 행위를 조사한 보고서 수십 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보고서에는 군인들이 돌과 쇠막대기, 흉기 등으로 시민 두 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15살 소녀를 성폭행하는 등 갖가지 만행이 기술됐다.
아이폰과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 절도와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강도 행각, 가정집에 침입해 8살 아이를 권총으로 위협한 사건 등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보고서에서 군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가해자를 '제복' 또는 '위장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라고 표현했다.
경찰의 공식 입장은 가해자가 군이 아니라 군복을 훔친 '흉포한 악당들'(rogue elements)이라는 것이지만, 가디언은 당시 이들이 지닌 자동소총은 군과 경찰 외에는 소지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보고서에 나온 불법 행위가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가 수도 하라레에서 일어난 사건에만 국한된 데다 추가적인 폭력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보안군의 범죄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최근 짐바브웨에서는 정부가 유류 가격을 2배 이상 인상하고 식품과 의약품 가격도 오르면서 생활고에 직면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투입한 군·경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최소 12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도 한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이번 사태가 지난 10여년 동안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최악의 폭력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7년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의 37년 독재 종식과 정치 개혁에 대한 기대를 내동댕이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끔찍하다"며 보안군 내의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시위가 시작한 이후 보안군이 잡아들인 1천 명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넘쳐나는 구금자에 대해 약식으로 사건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변호인들은 계속되는 군의 배치와 새로운 사법 절차에 항의하고 있다.
인권 변호사 베아트리스 음테트와는 "범죄자는 국제법과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을 이끄는 넬슨 차미사는 당국이 경제 실패의 책임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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