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된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한 부실감사를 이유로 국제 회계·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 수억원대의 벌금을 부과했다.
3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딜로이트가 자본시장·서비스 법 등을 위반했다며 220만 링깃(약 6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딜로이트는 반다르 말레이시아(BMSB) 등 1MDB의 자회사 두 곳의 법정 회계감사였다.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는 2014년 BMSB가 발행한 24억 링깃(약 6천525억원) 상당의 이슬람 채권(수쿠크)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딜로이트가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모회사인 1MDB가 1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떠안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1MDB에 투자된 자금의 회수가 힘들 수 있었는데도 감사보고서에 이를 충분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는 "이 문제들은 BMSB의 원금상환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서 딜로이트가 "법으로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1MDB 스캔들'과 관련해 회계감사업체에 벌금이 부과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1MDB는 나집 라작 전임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지만, 실제로는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이 수조 원대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창구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분노한 말레이시아 국민은 작년 5월 총선에서 야권에 몰표를 던져 나집 전 총리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결국, 나집 전 총리는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42건의 혐의로 기소돼 내달부터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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