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합쳐져 21.2% 압도적 시장점유율…3위 日이마바리의 3배
작년 LNG선 발주 69척중 양사가 47척 수주…기술 경쟁력 우위 공고화
독점 논란·인력 구조조정 우려한 노조 반발 등은 변수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31일 산업은행과의 기본합의서 체결에 이어 3월 중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확정지으면 지난 2008년 한화에 밀려 인수가 불발된 뒤로 두 번째 시도 만에 대우조선을 품에 안게 된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조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린 명실상부 글로벌 1위 규모의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조선업계와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천114만5천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했다.
2위는 584만4천CGT(7.3%)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으로,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총 수주잔량은 1천698만9천CGT, 점유율은 21.2%까지 각각 늘어난다.
이는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잔량 525만3천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5위인 삼성중공업[010140](4천723CGT)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대형 수조) 수만 놓고 봐도 현대중공업(11개)과 대우조선(5개)이 합쳐지면 총 16개가 돼 규모 면에서 경쟁상대가 사라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얻을 시너지 효과는 분명하다.
우선 한국 조선이 선점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 수주전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국가별 연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2천860만CGT)이 2017년(2천813만CGT)과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한국이 큰 격차로 중국을 따돌릴 수 있었던 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일감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클락슨 집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9척 가운데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실적은 65척(94.0%)에 이른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9척, 대우조선해양이 18척, 삼성중공업이 18척을 각각 수주했다.
단순 계산하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이 합쳐질 경우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 가운데 70% 가까이 확보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LNG선 발주 전망이 긍정적인 점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클락슨은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정책 등으로 LNG의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난 동시에 LNG선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올해 LNG선 발주량이 69척으로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0∼2027년에는 연평균 63척의 LNG선 발주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저가수주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국내 3시간 벌어졌던 출혈 수주 경쟁이 사라지면 정상적인 선가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진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열린 2018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기술 공유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결국 원가절감이 가능해지고 이것이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우조선이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인수가 확정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초거대 조선사의 탄생이 독점 체제 논란을 불러올 소지도 있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기본적으로 조선산업은 고객(선주사)들이 워낙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조선소의 점유율 증가만으로 시장에 심한 훼손을 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독과점 문제를 극복하는 데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사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사업 영역이 거의 유사한 두 회사 간 결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한 노조가 반대 기류를 보이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인수는 반대한다"며 "인수 추진이 불러올 각종 영향을 파악할 때까지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했던 회사가 인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 노조도 "동종 사 인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다"면서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모두 상당 부분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단계이고 이미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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