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처분 설명도 없이 트럭배치…축산농가 한때 격앙

입력 2019-01-31 11:59  

[르포] 살처분 설명도 없이 트럭배치…축산농가 한때 격앙
안성시 공무원 뒤늦게 상황설명…주민들 진정세
"살처분 전에 많이 먹고 가거라"…'최후의 사료' 주기도

(안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은 31일 새벽부터 동네가 시끌시끌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구제역이 발생해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한데 이른 시각부터 안락사한 소 사체를 실어 나를 덤프트럭 수십 대가 마을에 진을 쳤기 때문이다.


이곳 축사농가에는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들이 순식간에 '휴짓조각'으로 사라질 형편이어서 축산인들의 마음은 타들어 갈 지경이다.
그러던 차에 '저승사자'와도 같은 덤프트럭이 동네에 들어서자 주민들은 일제히 불만을 토로했다.
축산인 A씨는 "어젯밤 늦게 시에서 전화가 걸려와서 '내일 살처분하게 됐다'는 말만 들었다"며 "어떤 이유에서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는지, 앞으로 보상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말했다.


일부 농가에선 아예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축산인 B씨는 "우리 동네는 검사결과 모두 음성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살처분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트럭이 와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오늘 죽을지 모를 내 자식 같은 소에게 사료라도 많이 먹고 가라고 듬뿍 주고 왔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이 경로당 앞에 모여 기다린 지 4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30분이 돼서야 시청에서 공무원들이 나와 주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상황은 진정됐다.
시 관계자는 "농가마다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미리 설명한 뒤 살처분 작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트럭이 먼저 배치돼 많이 놀라셨던 것 같다"며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농가 12곳은 혈청검사 결과 모두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음성으로 나온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3농가가 백신 항체(SP)가 0으로 나와 백신을 맞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상황을 따져 봤을 때 구제역 확산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처분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12곳 중 3곳은 500m 내에 있긴 하지만 항체가 형성돼 있고 지형지물을 확인했을 때 다른 진입로를 사용하는 등의 사유로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안성시는 NSP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농가 9곳의 우제류 740여두를 예방적 살처분 하기로 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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