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오위안 공항서 최장기 체류 기록 세워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지난해 9월 말부터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채 공항에 장기 체류하던 중국 반체제 인사 2명이 마침내 대만 입경에 성공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전날 심야에 대만 타오위안(桃園) 공항에서 125일 동안 체류 중이던 중국 반체제 인사 류싱롄(劉興聯), 옌커펀(顔克芬) 등 2명이 입경했다고 31일 보도했다.
125일의 공항 체류는 대만 내정부 산하 이민서(출입국관리소) 설립 이래 최장기 기록이다.
신문은 대만의 대륙담당부서인 대륙위원회가 전날 2명을 제3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이어 이들이 전문 분야 교류 명목으로 대만 입경을 신청해 심야에 성공적으로 대만에 입경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이들 2명은 대만에 거주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각기 다른 비공개 거처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류싱롄과 옌커펀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중국 NGO 공맹(公盟)에 참여해 그동안 중국 관리의 재산공개, 교육 평등 등을 주장하는 신공민운동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 혁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공맹의 구성원이 체포되자 옌 씨는 2015년 태국에 입국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2016년 류 씨도 의료가석방 중 태국으로 탈출했다.
이들은 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체불명의 신고와 미행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9월 27일 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던 이들은 경유지인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환승 수속 중 대만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대만에 머물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들을 인터뷰한 대만 빈과일보는 류씨 등이 그동안 주로 공항 내 직원용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식비는 그들을 태우고 온 항공사가 부담했다고 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그들은 이민서가 임시 거처 및 소파, 의자, 외투 등을 제공하고 매일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류씨 등의 공항 장기체류는 동유럽의 작은 나라 출신의 주인공(톰 행크스 분)이 고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인해 돌아가지 못하고 뉴욕 JFK공항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터미널'을 연상케 해 주목을 받고 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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