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군, 조선인 남녀 강제연행 전문부대 운영" 새 증언 담아
"초계기 갈등은 개헌 추진하는 아베의 정치적 노림수"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만주의 일본 관동군에는 조선인 여성을 사냥하는 부대까지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런 사실을 현대 일본어로 읽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63) 세종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일본 공문서 내용과 증언을 담은 자료집을 다음 달 일본에서 출간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호사카 교수는 "현대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위안부 관련 중요 공문서와 증언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사람들도 현대 일본어로는 위안부 관련 일본 공문서를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1945년 이전 일본어는 현대 일본어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인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인들이 이 책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일본 관동군에 조선인 남녀를 연행해오는 전문 부대가 있었다는 새로운 증언을 이번 책에 담았다"면서 "조선인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연행해 강제 노동을 시켰는데 관동군은 패전 후 이런 내용이 담긴 자료를 모두 태워버렸다"고 말했다.
독도 전문가인 호사카 교수는 사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연구를 통해 독도,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2013년에는 독도 관련 연구 공로로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연구 활동으로 테러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한국 사람 중에도 친일파가 많아졌다"며 "일본인들이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 위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문서로도 입증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제가 한국 편만 든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제 논문을 읽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려면 제 논문을 반박해야 하는데 그런 일본 논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호사카 교수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모두 잘 아는 학자로 꼽힌다. 한일관계사를 연구하려고 한국에 온 지 15년만인 2003년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최근 한일 간 군사적 갈등과 관련해 그는 "'화가 나니까 대응한다'는 방식은 안 된다"며 "일본의 의도를 면밀히 살펴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레이더 갈등에 이어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긴장을 높이는 배경에는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개헌을 추진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와 영토문제를 잘 풀지 못해 (아베 내각은) 일본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미일 관계도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긴장 조성은 헌법 개정을 노리는 극약처방입니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일본의 평화헌법(헌법 9조)을 개정하기 위해 '정식 군대가 없으면 타국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만들려면 실제로 충돌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북한의 위협이 약화한 것도 한국을 상대로 도발에 나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려면 개헌을 해야 하는데 일본 국민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군사적 긴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을 군사적 긴장의 대상으로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상대로 초계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일본은 1945년까지 항상 상대방이 먼저 공격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만주사변도 중일전쟁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물론 명백한 일본의 실제 군사 공격에는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쪽(한국)이 먼저 선을 넘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강경하고도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yunzh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