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 47명, 구조 2주만에 伊상륙…표류사태 일단락

입력 2019-02-01 02:12  

지중해 난민 47명, 구조 2주만에 伊상륙…표류사태 일단락
살비니 부총리 "난민구조 NGO 수사하라" 촉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 각국의 수용 거부로 열흘 넘게 지중해를 맴돌던 아프리카 난민 47명이 이탈리아에 상륙했다.
독일 난민구조 단체인 '씨 워치'가 운영하는 네덜란드 선적의 난민구조선 '씨 워치3'는 31일(현지시간)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항구에 입항했다.



지난 19일 리비아 북부 연안에서 구조된 난민들은 이로써 약 2주 만에 육지를 밟게 됐다.
이들 난민은 카타니아 항이 가까워지자 서로를 끌어 안는 등 기쁨을 표현했다.
47명의 난민 가운데 성인 32명은 시칠리아 북동부 도시 메시나의 난민센터로 이송됐고,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난민 15명은 카타니아의 난민센터로 보내졌다.
'씨 워치' 이탈리아 지부는 "그들 모두의 행운을 빈다. 유럽이 이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는 트윗을 올렸다.



유럽으로 향하던 중에 조난을 한 이들 난민은 독일 난민구호단체인 '씨 워치'의 구조선에 의해 지난 19일 리비아 연안에서 목숨을 건졌으나, 몰타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수용 거부로 지중해에서 발이 묶였다.
이들을 태운 구조선은 해상 날씨 악화로 인해 시칠리아섬 남동부 항구인 시라쿠사 인근 해안에서 정박하던 도중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7개국이 난민들의 분산 수용에 합의함에 따라 시련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날 독일과 프랑스, 포르투갈, 루마니아, 몰타, 룩셈부르크가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은 리투아니아가 난민 5명을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자국으로의 대규모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항구 입항을 금지함에 따라 지중해에서는 난민 구조선이 기약 없이 떠도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역시 '씨 워치' 등에 의해 작년 말에 리비아 연안에서 구조된 뒤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몰타 연안을 맴돌던 난민 49명도 유럽연합(EU) 회원국 8개국이 분산 수용에 합의한 뒤에야 약 20일 만에 몰타에 하선한 바 있다.
한편, 이탈리아의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씨 워치'의 행위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살비니 부총리는 '씨 워치'가 난민들을 구조한 뒤 가까운 리비아나 튀니지에 난민들을 내려놓지 않고 이탈리아로 항해를 계속해 난민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비니는 민간 난민구조단체들이 리비아 해역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임으로써 난민 밀입국업자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씨 워치'의 승무원들도 인근의 시라쿠사 항구 대신에 카타니아로 입항하라는 이탈리아 당국의 명령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카타니아에는 난민구조 NGO(비정부단체)에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진 카르멜로 주카로 검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카로 검사는 작년 11월 프랑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중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가 이탈리아 항만에 정박해 있는 동안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의 전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의 의복, 피 묻은 붕대 등 의료 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혐의로 이 배를 압수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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