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노 스힐트하위전의 저서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구 과잉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식물은 위험에 처하고 자연환경은 파괴로 치닫는 듯하다. 정말 그런가?
네덜란드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메노 스힐트하위전은 이 같은 인간 대세론과 지구 파괴론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갈수록 넓어지고 인간으로 바글바글 넘쳐나는 도시화 시대에도 자연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저서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는 인간과 자연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의 새로운 그림을 제시한다.
소음과 빛 공해, 교통 체증, 고층 빌딩의 현대 거대도시에서는 동식물이 살아 남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신통하게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동식물이 현대인들처럼 도시 생활자로 거듭나고 있다. 놀라운 진화 현상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자인 그의 눈에는 도심의 혼잡함과 부산스러움, 철저히 부자연스러운 겉모습이 수많은 생태계가 모인 축소판 같다. 도시에 터전을 마련한 각종 새와 작은 포유류, 곤충, 식물은 의외로 안정적 일상을 영위하며 순조롭게 번식한다.
저자는 이를 진화의 힘으로 본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낯설었을 도시라는 세계에 적응하기까지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는지 면밀히 추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본다는 점이다. 자연을 논할 때 우리는 보통 '인간' 혹은 '인위적 요소'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면서 청정하고 고유한 환경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그때그때 적응해가며 진화해온 인간처럼 동식물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저자는 '도시 생활자로서의 자연'을 이해하고 공생하려면 인간이 그동안 가져온 일방적 관점부터 리셋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한다.
"우리는 자연을 이야기할 때 왜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인간을 배제하려고 할까? 저 멀리 나무에 매달린 개미집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왜 인간이 만든 도시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까? 개미가 열대우림에서 발휘하는 생태학적 기능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인간이 풍경을 지배하는 방식에는 왜 혐오감을 드러낼까?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는데도 그렇다."
현암사 펴냄. 제효영 옮김. 36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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