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식 여성정책 많아…페미니즘 논란은 과도기 현상"
"여성 일자리 5만개 창출 지원…젠더 문제 '예방주사' 역할 할 것"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집을 지을 때 수평을 먼저 맞춰야 하는 것처럼 정책도 추진 단계부터 성(性)인지 관점을 반영해야 합니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설 연휴 직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성 문제와 관련해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젠더특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평등 정책을 보좌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신설된 자리다.
임 특보는 자신의 역할을 '예방주사'에 비유했다. 사후약방문식 젠더 정책에서 벗어나 초기 단계부터 성 인지 관점을 반영해 성차별적 요소를 방지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성평등 도시'와 '여성안심특별시'를 내세워 직장 내 성희롱·데이트폭력·디지털 성범죄 추방 등 여성 안전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민생을 내세운 올해에는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여성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근로시간 등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시 투자·출연기관부터 시범 운영한다. 또한 성별임금차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매년 1%포인트씩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 여성 평균 임금은 남성의 65% 수준이다.
임 특보는 "매켄지와 IMF(국제통화기금)는 직장 내 성평등이 이뤄지면 GDP(국내총생산)가 9∼10% 상승한다고 분석했다"며 "여성의 일자리 진입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경제 규모를 늘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성안심택배'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등 서울시의 여성 안전 정책에 대해서는 "여성에게 '시가 나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시에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위드유센터'는 올해 예산이 삭감돼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고, 서울시의 여성 친화 정책이 거꾸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특보는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과도기 현상"이라며 "호주제 폐지와 성폭력 친고제 폐지 당시에도 20년 넘게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쉽게 젠더갈등 이슈로 돌리다 보면 진짜 문제를 놓칠 수 있다"며 "파국으로 치닫는 '제로썸' 게임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특보는 서울시로 오기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인권재단, 희망제작소를 거쳐 6년간 여성계 대모로 불리는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국회에서 좀 더 포괄적인 이슈를 다뤘다면 이곳에 오니 출근길 시민을 보는 시선부터 달라지더라"며 "내 역할에 따라 이분들의 하루하루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임 특보는 "성평등은 한 부서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실무선부터 성 인지적 관점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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