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 10년 선고…법원, 2011년 재심에서 무죄 선고
문제 제기로 수능 최초 복수정답 결정 이끌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내 심심한 강의에 졸음을 참았을 학생들에게 미안합니다. 퇴임을 앞두니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들이 섞여 있습니다."
퇴임을 앞둔 최권행 서울대 불어과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고초를 치르고 재심 끝에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최 교수는 오는 28일 정년퇴임 예정이다.
10월 유신이 있던 1972년 서울대에 입학한 최 교수는 유신 반대 운동 중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최 교수는 10개월간 징역살이를 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조치로 이듬해 2월 석방됐다.
최 교수는 "서울대에 입학할 때는 학교 캠퍼스가 종로구 동숭동에 있었는데, 복학할 때에는 대학이 관악으로 이사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도 제적과 복학을 수차례 반복한 최 교수는 입학한 지 15년만인 1987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수배와 도피 생활이 반복되면서 모친이 실어증을 앓을 정도로 주변 가족이 힘들어했다"면서도 "선한 쪽에 서 있었다고 생각하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는 수능 역사상 최초로 정답 두 개를 동시에 인정한 '2004학년도 수능 복수정답 사태' 당시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기도 하다.
최 교수는 "신문에 나온 수능 언어 시험지를 심심풀이 삼아 풀어봤는데, 정답이 아니었다"며 "의문스러워서 다른 교수들에게도 말해보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최 교수는 "원고자 8장 분량의 글을 써 한 언론사에 투고했는데, 그게 세간에 주목을 받으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수능 복수정답 인정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서울행정법원까지 갔고, 결국 수능 역사상 최초로 복수의 정답을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퇴임 이후 계획에 관해 묻자 최 교수는 "고향으로 내려가 혼자 숲속에서 산보하며 놀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소개하고 싶은 외국 작품들이 많은데, 여력이 된다면 이제까지 바빠서 미뤄왔던 번역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제7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며 "학생들이 문화ㆍ예술 교육을 흠뻑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최 교수 등 4명에 대한 재심을 열고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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