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로서 업무 수행…피해자답지 않다고 못 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한 2심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안 전 지사의 피감독자 간음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안 전 지사 측은 그간 "김지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당한 다음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알아본다거나, 저녁에는 안 전 지사와 통역관 부부와 함께 와인바에 가고, 안 전 지사가 이용하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안 전 지사의 혐의 전체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안 전 지사에게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사례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가 문자를 이용하던 어투나 표현, 젊은이들이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히 동료나 피고인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며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런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은씨가 숙소를 옮기거나 촬영장에 찾아가는 등 일부 '자발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실제로 당연한 업무 수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진술 전체의 신빙성에 의심을 제기할 만한 사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행동은 "피해 사실을 들키는 것이 수치스러웠을 것으로 보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염려했던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자 상실감을 나타내고, 수행비서 업무에 강한 집착을 비쳤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런 언동을 했다고 해서 수행비서 기간 벌어진 일을 과장하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비서 성폭행' 안희정 2심 실형…법정구속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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