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1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난해 8월 14일의 1심 판결을 180도 뒤집은 획기적인 판결이다. 1년 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도 지난달 23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피해자의 진술을 믿어주고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 법원의 잇따른 판결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가해자 편에 섰던 기존 성범죄 판결들과 달리 피해자 편에 서서 '위력'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례를 남겼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첫 강제추행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로 증명되며, 피해자의 폭로 경위가 자연스럽고 무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 후 지속된 성관계가 동의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가 위력으로 성폭행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 수행 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도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다움이 없다'는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성폭행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의 입법·정책적 한계를 지적했다. 외국의 '노 민스 노'(No Means No) 룰 같은 '비동의 간음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고, 피해자의 성적자유가 침해됐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 형법에 따라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항거 불능 수준에 이른 경우에만 유죄를 인정하는 기존 판결의 답습이었다. 이번 2심 재판부는 현행법 테두리에서도 피해자 입장에 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인 10차례 범행 가운데 9차례를 유죄로 인정했다.
유명 정치인이 권력형 성범죄로 대권 주자 대열에서 탈락한 데 이어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파장이 크다. 많은 피해자는 법원에서 응답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성인식과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권력형 성범죄는 예방할 수 없다.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꽃뱀으로 몰리거나 왕따를 당하는 2차 피해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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