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판다 대나무 '편식' 5천년 전만 해도 없던 식성

입력 2019-02-02 13:28  

대왕판다 대나무 '편식' 5천년 전만 해도 없던 식성
中연구팀 "200만년 이상 됐다는 기존 연구와 달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왕판다(Giant Panda)는 거의 대나무만 먹는 까다로운 식성을 갖고 있지만 약 5천년 전만 해도 다른 초식동물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식성을 가졌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야생동물 생태학자인 웨이푸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물과 화석의 동위원소 존재비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밝혔다.
고생물학 자료와 분자 분석을 토대로 한 이전 연구에서는 대나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판다의 식성이 200만년 이상 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웨이 박사 연구팀은 동물이 섭취하는 먹이나 기온을 비롯한 서식 환경 등이 동물의 뼈와 털, 이빨 등에 흔적을 남기는 데 착안해 질소와 탄소, 산소 등의 동위원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먹이와 서식 환경을 분석했다.
예컨대 고기만 섭취하는 육식동물은 고기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에 질소가 풍부해 중(重)질소(15N) 동위원소가 많고, 춥고 건조한 곳에 사는 동물은 덥고 습한 곳보다 중동위원소 증발이 덜 되는 것을 먹고 마셔 중산소 동위원소가 풍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살아있는 판다는 중질소 비율이 다른 육식동물이나 초식동물보다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약 5천년 전 홀로세 중기의 판다와 다른 초식 동물의 뼈 화석에 대한 동위원소 분석에서는 이렇다 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판다의 식성이 현재처럼 대나무에만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팀은 또 약 260만년 전 신생대 제3기 후반인 플라이오세 말기의 판다 이빨을 대상으로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산소 동위원소가 현재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판다가 현재처럼 시원하고 습기가 많은 서식지뿐만 아니라 숲 밖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도 적응해 살았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탄소 동위원소는 초식만 하는 동물과 일치해 이미 이때 판다의 식성이 잡식성에서 초식성으로 전환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냈다.
연구팀은 판다가 잡식성에서 초식성으로 바뀐 뒤 대나무만 먹게되는 2단계 변화를 겪은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 시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지난 5천년 사이의 판다 생태를 더 연구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대나무에만 의존하는 식성을 갖게됐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다는 대나무를 쉽게 씹을 수 있는 특수한 치아를 갖고 있으며 손목뼈도 대나무 줄기를 잡을 수 있는 변형된 '가짜엄지(pseudothumb)'를 갖고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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