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장 논리대로 미술계 끌려다녀"

입력 2019-02-05 07:00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장 논리대로 미술계 끌려다녀"
신간 '큐레이팅을 말하다'로 살펴본 윤 신임 관장의 미술계 진단
"관장실만 지키는 이는 무능…'지금 여기'서 출발한 독자적 해석 중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술 시장의 논리대로 한국 미술계가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에 공식 임명된 윤범모의 진단이다.
윤 신임 관장은 공저자로 참여한 신간 '큐레이팅을 말하다'(미메시스 펴냄)를 통해 미술관이 한국 미술계 중심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관장은 "우리나라는 '미술관 작가'가 없으며 그래서 본격적이고 실험적인 작가의 활동 무대가 좁다"라면서 "'미술관 작가' 부재의 한국 미술계는 저차원 수준의 미술계임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윤 관장은 미술관 역할로 한국 미술사의 체계적 정리 및 수립, 마이너 장르를 향한 각별한 관심 등을 꼽으면서 "미술관 기능이 활성화되면 바닥에서 불황이라고 난리인 미술시장도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관장은 전문가들이 미술관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기 어려운 현실도 큰 문제로 언급했다.
그는 "공립미술관의 경우 지역 작가가 관장실을 차지하는 현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면서 "지역 공립미술관 관장실은 지역 토박이 사랑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가는 작업장을 지켜야지, 왜 미술관 관장실을 탐내는가"라면서 "한국 미술계 후진성을 증명하는, 버려야 할 유산"이라고도 질타했다.
기업이 출연한 사립미술관을 두고서는 "기업주 가족은 이사회 등 배후에서 후원하고 관장실은 역시 전문가 몫으로 돌려야 하는 식으로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30여년간 미술사가이자 전시기획자, 교육자로 다양한 현장을 누빈 윤 관장은 "책상머리만 지키고 있는 미술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능한 관장이자 큐레이터"라며 '현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시 기획이 하나의 창작이라는 신념이 필요하다"라면서 그 창작의 핵심은 '독자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입장에서 해석할 것인가. 바로 '지금 여기', 즉 현실의식과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큐레이팅을 말하다'는 윤 신임 관장과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등 큐레이터 29명이 함께 저술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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