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근로자의 요구 없이 이뤄진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04단독 조지환 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1997년 당시 윤리위원회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2007년 10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듬해 2월 윤리위와 당시 방송위원회가 합쳐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윤리위 직원들의 고용을 포괄 승계한 직후 A씨에게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줬다.
방송통신심의위는 2013년 12월 계약직 취업규칙에 따라 A씨가 정년을 다 채웠다며 퇴직 처리했다. 퇴직금은 2008년 3월 중간 정산한 이후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A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입장에서 계약직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 처리한 건 부당해고라며 노동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노동청 판정으로 복직한 A씨는 2015년 12월 말 정년퇴직하며 다시 퇴직금을 받았다.
A씨는 그 뒤 방송통신심의위의 2008년 중간정산은 자신의 동의가 없어 무효인 만큼 1997년부터 2015년 12월 말까지 근무한 것으로 보아 퇴직금을 따져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방송통신심의위 측은 구 윤리위 출신 근로자들의 고용 관계를 포괄승계 하는 과정에서 A씨와의 사이에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있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 판사는 그러나 A씨가 적극적, 명시적으로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거나 그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조 판사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요구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의 소극적·묵시적인 방법이 아닌 적극적·명시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08년 3월 원고가 퇴직금을 받으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명시적으로 퇴직금 정산을 요구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 판사는 이에 따라 A씨의 근무 기간을 1997년부터 2015년 말까지로 따져 퇴직금을 산정한 뒤 기지급된 퇴직금을 뺀 만큼 국가가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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