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역대 최소 '16점'…3쿼터까지 최초로 터치다운 '전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대 한 시즌 최다 터치다운(1천371개)과 득점 2위(1만1천952점) 기록을 세운 시즌치고는 황당한 결말이었다.
뉴잉글랜드는 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에서 로스앤젤레스(LA) 램스를 13-3으로 꺾고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때보다 득점이 많이 나온 시즌이었고, 리그 득점 2위(램스)와 4위(뉴잉글랜드)의 맞대결이었기에 전문가들 대부분이 화끈한 난타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망을 크게 빗나갔다.
두 팀이 뽑은 16점은 슈퍼볼 역대 최소 득점이다. 종전 기록은 1973년 마이애미 돌핀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14-7로 승리했을 때의 21점이었다.
창과 창의 대결이 아니라 방패 대 방패의 대결이었다.
두 팀은 3쿼터까지 단 하나의 터치다운도 올리지 못했다. 이는 올해로 제53회를 맞는 슈퍼볼 역사에서 처음이다.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한 두 팀에서 가장 바쁜 선수는 펀터였다. 양 팀 합쳐 펀트 개수는 14개로 득점(16점)과 비슷했다.
어찌나 경기가 지루했던지 슈퍼볼 주관 방송사인 CBS의 해설자로 명 쿼터백 출신인 토니 로모는 3쿼터, 램스의 펀터 조니 해커가 65야드 펀트로 슈퍼볼 기록을 세우자 "오, 이런 좋은 기록을 보려고 지금까지 경기를 봤군요"라고 조소했다.
그러자 CBS 간판 아나운서인 짐 난츠는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거들었다.
심지어 광고주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곧 삭제하기는 했지만 "이 경기가 내 스타디움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벌써 경기장을 박차고 나왔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경기 결과마저도 이변 없이 뉴잉글랜드의 승리로 끝이 나자 슈퍼볼 관련 트위터는 가시 돋친 반응으로 가득 찼다.
유명 방송인 앤디 코언은 "수면제 광고를 보는 것 같다"고 썼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슈퍼스타인 시드니 크로스비는 소파에 드러누워 눈을 감은 자신의 모습을 올린 뒤 "슈퍼볼 관람 자세"라고 비꼬았다.
NFL의 전설적인 쿼터백인 트로이 에이크먼은 "펀터가 슈퍼볼 MVP인 적이 있었냐"며 펀터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슈퍼볼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팬들은 '풋볼 시즌이 끝나선 안 돼'라고 아쉬워했지만, 전반전에는 '시즌이 끝나도 괜찮을 것 같아'로, 하프타임 쇼 때는 '풋볼을 없애버려. 내 인생에서도'로 바뀌었다"며 실망스러웠던 하프타임 쇼도 함께 비판했다.
축구보다는 다득점 경기가 펼쳐지지 않았느냐며 두둔하는 견해도 나왔지만,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이번 슈퍼볼은 하도 지루해서 야구 인기가 살아날 수도 있겠다"고 평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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