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1년] ④2022년 베이징을 향해 뛴다(끝)

입력 2019-02-06 07:10   수정 2019-02-06 07:21

[평창올림픽 1년] ④2022년 베이징을 향해 뛴다(끝)
성적 지상주의 탈피 분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고 자리 지키는 영웅들
빙상은 성공적인 세대교체…비(非) 빙상 종목은 악전고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채찍질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수수방관하던 과거의 폐해를 지워내야 한다는 자성의 분위기다.
특히 동계스포츠가 그렇다.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으로 꼽히던 한국 빙상은 평창올림픽 이후 수술대에 올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성적 지상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던 빙상계 지도자들이 하나둘씩 물러났고, 선수들도 예전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과도기에 놓인 한국 동계스포츠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첫 시험대에 오른다.

◇ 여전히 강한 한국 쇼트트랙·빙속 = 한국빙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고 주요 지도자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대거 퇴진했지만, 한국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국제대회에서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빙상의 맏형격인 쇼트트랙은 올 시즌 월드컵대회에서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키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평창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남자 대표팀 임효준(고양시청)과 황대헌(한국체대)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박지원(단국대) 등 새로운 얼굴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세계최강' 최민정(성남시청)이 중장거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가운데 김지유가 계보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단거리에선 김준호(강원도청)가 두각을 내고 있다. 그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제5차 월드컵대회 남자 500m 1, 2차 레이스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거리에선 8번의 수술을 이겨낸 엄천호(스포츠토토), 만 18세의 정재원(동북고) 등 좋은 재목이 많다.
특히 엄천호는 제4차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승훈의 대를 잇는 차세대 장거리 스케이터로 자리 잡았다.
평창올림픽 1,500m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 빙속 중거리 간판 김민석(성남시청)도 무럭무럭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20세인 김민석은 3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선 김보름(강원도청)이 여전히 좋은 실력을 선보이는 가운데, 단거리에선 김민선(의정부시청)이 이상화(스포츠토토)의 바통을 이어받을 간판스타로 꼽힌다.

◇ 연아 키즈들이 만개한 피겨 = 피겨스케이팅의 장래도 밝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김연아(은퇴)의 금메달 획득 모습을 보고 피겨를 배우기 시작한 '연아 키즈'들이 드디어 만개하고 있다.
남자 피겨 싱글 차준환(휘문고)은 올 시즌 ISU 그랑프리 대회에서 연속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왕중왕전인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얻었고, 처음 출전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다.
현재 세계 남자 싱글 피겨계는 하비 에르난데스(스페인), 패트릭 첸(캐나다) 등 기존 강자들이 은퇴했고 진보양(중국) 등 강자들이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차준환이 한두 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추가로 장착하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자 피겨에선 나이 때문에 평창 무대를 밟지 못했던 '트로이카 삼총사'가 나란히 출격한다.
먼저 임은수(한강중)가 김연아의 대를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는 올 시즌 ISU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성인 여자 무대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빠른 스피드, 우아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일품이다.
김예림(도장중)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둬 역시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
그는 모든 점프 요소를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 배치할 만큼 강한 체력을 가졌다.
유영(과천중)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실전 경기에서 시도하는 등 연기의 난도가 국내에서 가장 높다.

◇ 평창의 감동을 그대로…윤성빈·이상호 =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던 '비(非) 빙상' 종목의 영웅들도 베이징 대회를 향해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강원도청)은 올 시즌 5차례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며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비록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의 슬라이딩센터가 평창올림픽 이후 방치되면서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며 베이징 대회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한 스켈레톤 김지수(강원도청)와 정승기(가톨릭관동대)도 올 시즌 대륙간컵 메달을 획득하는 등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은) 메달을 획득한 '배추 보이' 이상호는 지난 10일 스노보드 유로파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올해 보드 길이를 4㎝ 늘리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최고 기대주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선수도 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간판 최재우는 평창올림픽 직후에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음주 및 폭행, 추행 등의 이유로 대한스키협회에서 영구제명됐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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