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최연소 대통령 부켈레…가죽재킷 즐기는 아웃사이더

입력 2019-02-05 02:57  

엘살바도르 최연소 대통령 부켈레…가죽재킷 즐기는 아웃사이더
2012년 좌파정당으로 정치입문, 산살바도르 시장 지내…턱수염에 청바지도
반부패기구 설립·경제살리기 등 공약…이민억제·범죄조직 대처 등 과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30년간 계속된 양당체제에 종지부를 찍은 나이브 부켈레(37)는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아웃사이더'이다. 그가 취임하면 엘살바도르 정치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제3당인 우파 국민통합대연맹(GANA) 소속 후보로 나선 부켈레가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7.67%를 집계한 결과, 부켈레는 53.78%를 득표했다. 양당 구도를 형성해온 우파 민족공화연맹(ARENA) 소속 카를로스 카예하 후보와 외교부 장관을 지낸 뒤 좌파 집권당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 후보로 나선 우고 마르티네스는 각각 31.62%와 13.77%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부켈레는 엘살바도르 정치 지형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엘살바도르에서는 ARENA가 1989년부터 20년간 정권을 잡은 뒤 2009년부터 FMLN이 10년간 집권하며 30년간 양당체제가 유지됐다.
턱수염을 기르고 청바지, 가죽 재킷, 야구 모자 등을 즐겨 착용하는 부켈레는 젊은 정치 신예답게 기성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변화에 대한 열망을 끌어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18세 때 홍보대행사를 설립한 전력이 있는 기업인 출신인 부켈레는 대선 전까지 기성 정치권으로부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아웃사이더'였다.
팔레스타인계 출신인 부켈레는 호세 시메온 카나스 중앙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2012년 FMLN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 수도 산살바도르 교외에 있는 소도시인 누에보 쿠스카틀란 시장으로 당선됐다.
3년 뒤 산살바도르의 시장으로 당선된 후 2018년까지 재직했다. 산살바도르 시장 재직 시절 운동장, 도서관, 공원, 광장, 박물관 등을 건설하고 거리 청년들의 문화인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크댄스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어두운 곳이 없도록 산살바도르 시내의 조명을 재정비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당을 분열시키고 논쟁 중에 같은 당 소속 여성 시의원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2017년 10월 FMLN에서 제명됐다.
대선 출마를 위해 우파 성향의 GANA와 손을 잡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활용해 기성 정치권의 부패 등에 실망한 젊은 층을 상대로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소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비'라는 별명이 붙은 부켈레는 이번 대선에서 부패 척결을 위한 엘살바도르 반면책 위원회(Cicies) 설립, 사회 인프라 개선을 통한 이민 억제, 경제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유세 당시 "누구도 돈을 훔치지 않으면 엘살바도르 국민을 위한 돈은 충분히 있다"고 호소하며 부패에 찌든 기성 정치권을 맹공격했다.
부켈레는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가 속한 GANA의 의석수는 84석 중 11석에 불과하다.
부켈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 이민 정책을 비롯해 높은 수준의 불평등, 경제 침체 등에 대처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국정을 운영해야 할 처지다. 엘살바도르는 가난과 폭력 등 치안 불안을 견디지 못해 미국으로 떠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의 진원지 중 한 곳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율 등 만연한 범죄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경찰은 2만3천명이지만 범죄조직의 규모는 경찰력을 능가하는 6만명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은 2015년 103명에서 2018년 51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쟁을 겪는 나라가 아닌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켈레는 범죄와 살인 등을 줄이기 위해 범죄조직과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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