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경찰, 연방 수사요원 구금…총선 앞두고 '신경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야권의 유력한 총리 후보인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 주(州)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각자의 수사기관을 앞세워 정면으로 충돌했다.
5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언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인도 중앙수사국(CBI)의 요원이 지난 3일 부정부패 수사와 관련해 웨스트벵골 주 라지브 쿠마르 콜카타 경찰청장의 집에 들이닥쳤다.
소액 투자금 수백만 달러 사취와 관련한 '폰지 스캔들'에 쿠마르 청장이 연관됐는지 수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쿠마르 청장은 수사에 응하지 않은 채 오히려 주 경찰 병력을 동원, CBI 요원을 구금까지 했다가 몇시간 뒤 풀어줬다.
이와 관련해 바네르지 주 총리도 모디 정부의 '정치적 복수'라고 규정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4∼5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끄는 주 정부를 흔들기 위해 연방정부가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그러자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바네르지 총리가 주 경찰을 동원해 연방 요원을 기습, 헌정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5일 대법원이 나서서 "쿠마르 청장은 CBI의 수사에 협조해야한다"며 "하지만 CBI도 쿠마르 청장을 체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연방 정부와 웨스트벵골 주 정부 간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인도 동부에 자리 잡은 웨스트벵골은 연방 의회에서 3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주요 주다.
바네르지가 이끄는 트리나물콩그레스(TMC)가 2011년부터 주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TMC는 현재 웨스트벵골 주에 배정된 연방 의회 의석 42석 가운데 34석을 차지한 상태다.
특히 바네르지 총리는 최근에는 23개 야권 정당을 규합해 '타도 모디'와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와 함께 야권을 대표하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반면 최근 전통적인 표밭인 중·북부 지역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은 모디 총리 입장에서는 바네르지 총리의 텃밭인 동북부 지역 등을 공략해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BJP는 현재 웨스트벵골 주에서 단 2석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역사학자인 라마찬드라 구하는 BBC에 이번 사태에 대해 '무자비하고 도덕관념 없는 두 정치인이 제도를 무시한 채 벌이는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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