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 김복동 할머니 조명…"성노예 아픔 딛고 인권운동 헌신"(종합)

입력 2019-02-07 00:22   수정 2019-02-07 09:42

英언론 김복동 할머니 조명…"성노예 아픔 딛고 인권운동 헌신"(종합)
BBC "아프리카 내전 성폭행 피해자들엔 '우리의 엄마·영웅'"
더타임스, "프란치스코 교황 만나 '전쟁없는 세상' 원한다 말해"



(서울·런던=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박대한 특파원 = 공영방송 BBC, 일간 더타임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주요 언론이 지난달 2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의 일대기를 상세히 조명했다.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김복동, 한국의 '위안부'' 제목의 부고 기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던 만 14세 때부터 93세로 별세하기까지 김복동 할머니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자세히 다뤘다.
BBC는 1940년 김 할머니가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된 이후 중국, 싱가포르 등에 끌려다니며 '성노예'(sex slave)로 피해를 봤으며 죽기 직전 마지막 한 마디도 "일본에 대한 분노"였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가 생전에 진술했던 피해 내용도 상세하게 다뤄졌다.
만 14세 나이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하루에 50명 가까이 성관계를 맺어야 했으며 어떤 때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는 김 할머니의 진술을 토대로 BBC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처참한 실상을 묘사했다.
"전쟁없는 세상서 훨훨~" 1천명 김복동 할머니 추모행진 / 연합뉴스 (Yonhapnews)
BBC는 김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에도 주목했다.
김 할머니는 한국에 돌아온 후 40년 넘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처음 공론화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3월 세상에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 인권운동의 길을 걸었다.
BBC는 "민주 콩고와 우간다 내전의 성폭행 생존자들은 김복동 할머니를 '우리의 영웅', '우리의 엄마', '우리의 희망'이라고 부른다"는 정의기억연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했다.
BBC는 김 할머니가 2015년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했으며 이후에도 기부 활동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BBC는 김 할머니가 생전 바라던 것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였으나 이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며 2015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김 할머니의 분노도 지적했다.
2015년 12월 한일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자금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김 할머니는 당시 "일본이 100억엔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은 여전히 우리가 원해서 그곳에 갔다고 말하고 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BBC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금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이는 김 할머니에게는 뒤늦은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할머니는 결국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하며 숨을 거뒀다.
BBC는 김 할머니의 유산은 이어지고 있다며 김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여한 평화 나비 활동가 김샘(27) 씨의 말을 인용했다.
김 씨는 "할머니는 항상 강직하고 위엄 있으셨다"며 "김복동 할머니는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이라며 김 할머니를 추모했다.
일간 더타임스 역시 부고 기사를 통해 김 할머니의 삶을 자세히 다뤘다.
더타임스는 1926년 양산 한 농가의 넷째 딸로 태어난 김 할머니가 의류공장에서 일한다는 말에 속아 8년간 위안부 생활을 한 뒤 22세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귀향 뒤 김 할머니는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숨겼으나, 어머니에게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를 알렸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나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한순간도 여자로 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김 할머니를 만난 한 외교관이 그를 "현명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확고한 분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전쟁 없는 세상을 원하며,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촉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나비처럼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달 28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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