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찾아 짧게 머무는 제주 "이젠 변화해야 할 때"

입력 2019-02-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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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찾아 짧게 머무는 제주 "이젠 변화해야 할 때"
제주 관광객 실태 조사…장·단기여행 두마리 토끼 잡아야
외국인 "한류 통해 제주 알아"…마땅한 정보채널 없고 언어소통 불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 여행 온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관광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7일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현황 정성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로의 이주열풍이 시들해지고 국내외 관광객이 줄기 시작한 시점에 나와 기존 제주관광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 한 발짝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제주, 힐링 찾아 짧은 기간 머물러
"비행기로 1시간만에 올 수 있어 편리해요. 또 도심에서 탈출한 듯한 느낌이 좋아요."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는 여전히 국내 타 여행지와 비교할 때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3∼4일 정도의 단기 체류 관광에 머물고 있어, 5일 이상의 장기 체류 관광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내국인 관광객에 대한 그룹별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서울과 경기, 호남, 경상권 등에서 각기 다른 여행 목적과 동기를 갖고 제주로 여행 온 15명을 대상으로 2시간 이내의 그룹별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15명은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또는 홀로 제주를 찾아 평균 4.55일간 머물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주를 '힐링을 기대하며 찾는 곳', '부담 없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비교적 만족도 높은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가 항공편을 통해 쉽게 제주를 찾을 수 있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제주의 매력으로 꼽았다.
내국인 관광객들은 또 이색 카페와 방송에 소개된 맛집 등을 찾아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들은 제주에서 짧은 기간 머무르면서도 5일 이상의 장기 여행을 할 때는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주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손꼽히는 올레길과 트레킹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비율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치 않은 기간 제주에 머무르다 보니 하루 일정을 모두 소모해야 하는 올레길이나 트레킹과 같은 도보여행을 자연스레 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또 올레길과 트레킹 코스가 가족단위 관광객의 경우 부모님과 어린 자녀들에 부담이 되기도 하고, 제주만이 아닌 다른 도시에도 다양한 도보여행 코스가 생겨나 별다른 차이점이나 특색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국인 관광객들의 최신 트랜드가 3∼4일짜리 단기여행을 선호한다면 그에 맞춘 알찬 단기 관광상품을 내놓으면서 장기체류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인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외국인 관광객 불편 쏟아져
외국인 관광객들은 제주의 자연경관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보부족과 언어소통 불편 등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7월 일본과 중국, 홍콩·대만 등 중화권, 동남아시아권, 북미권 등에서 제주를 찾은 24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1대 1 또는 2대 1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런닝맨(SBS TV 예능)을 제주도에서 찍은 걸 봤다. 그때부터 꼭 오고 싶었다"고 말한 홍콩 관광객의 인터뷰 내용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가 알려진 이유는 영화·드라마·예능 등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그뿐,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제주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구글 검색을 통한 여행 경험자의 블로그에 의존하고 있고,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홍보자료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여행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언어소통의 불편, 관광객을 맞이하는 현지인의 친절도, 차별성 없는 박물관과 테마파크, 렌터카·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국내외 문제점에 대해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자연경관 외에 스토리를 가미한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 다양한 관광객의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호텔의 차별화, 어린이와 노년층을 위한 올레길·트레킹 코스 정비, 최신 트랜드에 맞춘 체험적인 여행 콘텐츠 개발 등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내 최고의 관광지라는 제주의 위상이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
최근 몇 년간 이어오던 이주 열풍이 꺾이면서 지난해 제주를 찾은 국내외 여행객 역시 전년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제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1천431만3천961명으로 전년(1천475만3천236명)명에 비해 2.98%(43만9천275명) 줄었다.
이 기간 내국인 관광객은 1천308만9천129명으로 전년보다 3.2%(43만3천503명), 외국인 관광객은 122만4천832명으로 0.47%(5천772명) 줄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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