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올해부터 모집 대상에서 아이스하키 종목 제외
급격히 식은 아이스하키 열기 "저희가 더 잘해야죠"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마지막 골은 안진휘(28)와 신상훈(26)이 합작했다.
핀란드와의 8강 플레이오프에서 1-3으로 뒤진 2피리어드 중반, 신상훈이 따낸 퍽을 안진휘가 왼쪽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골망을 갈랐다.
두 선수는 당시 군인이었다. 더 정확히는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바꿔 말해 상무에서 경기력을 유지했기에 두 선수는 최고의 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무는 없다. 평창올림픽이 끝나자 상무는 올해 모집 대상에서 동계종목인 아이스하키, 빙상,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을 제외했다.
대신 경찰청이 축구·야구단의 신규 선수 모집을 중단한 점을 반영해 축구와 야구 지원자는 대폭 늘렸다.
지난달 군복을 벗은 안진휘와 신상훈은 마지막 상무 전역자가 됐다.
7일 강릉에 있는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둘은 상무 폐지 소식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안진휘는 "상무가 있어야 선수 커리어를 지속하고,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는데, 그게 끊기게 됐다"며 "어린 선수들이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신상훈 역시 "상무는 실업팀과 대표팀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순환 고리가 끊기면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일반적인 구기 종목은 공이 라인을 벗어나면 무조건 경기가 중단되지만, 아이스하키는 사이드 아웃 자체가 없다.
선수들은 가로 60m, 세로 30m의 골라인이 따로 없는 무한 질주의 링크 안에서 360도 어디로든 뛸 수 있고, 패스할 수 있다.
경기를 바라보는 시야와 경기 센스가 필수적인 종목이 아이스하키인데, 이러한 시야와 센스는 오직 빙판 위에서만 길러지고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종목과는 달리 아이스하키에서는 병역 의무를 위해 빙판을 떠난 선수들이 2년여의 공백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공익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복귀한 선수도 몇 명 있지만,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입대는 곧 은퇴를 의미했다.
이로 인해 대표팀 유지도 어려웠다. 이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과거 국제무대에서 고전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달리 말해 한국 아이스하키가 지난해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고, 2010년 33위에 불과했던 세계 랭킹을 16위까지 끌어올린 데에는 2012년 상무 창단으로 인한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유지가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신상훈은 "2년 동안의 공백기를 딛고 복귀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대표팀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현재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레거시컵 2019 KB금융 아이스하키 챌린지 대회'에 출전 중이다.
평창올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 대회에서 한국(16위)은 전날 세계 랭킹 11위인 라트비아와의 1차전에서 2-6으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이날 카자흐스탄과 2차전, 8일 일본과 3차전(최종전)을 치른다.
'포스트 평창' 시대를 맞아 점진적인 세대교체에 나선 한국은 이번 대회를 제2의 도약을 향한 시험대로 삼을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5월에 열리는 2부리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안진휘는 "가야 할 길이 멀다"며 "5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톱디비전 진출을 노려야 하고, 2∼3년 후에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에도 도전해야 한다. 지금부터 강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상훈은 "고참 형들과 새로 들어온 어린 선수들 간에 나이 차가 많다"며 "대표팀의 중간 역할로서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겠다"고 했다.
한국 아이스하키계는 평창올림픽이 아이스하키 붐업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다.
신상훈은 "아이스하키 열기가 확 식은 것 같다"며 "저희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좋은 성적이 나오면 관심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대중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