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도 도가도 법가도 지향점은 왕권 강화였다"

입력 2019-02-07 16:16  

"유가도 도가도 법가도 지향점은 왕권 강화였다"
중국 학자 류쩌화가 쓴 역작 '중국정치사상사' 출간
장현근 교수, 20년간 번역…"중국 연구의 필수 참고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춘추전국시대 중국에서는 수많은 학자와 학파가 다양한 사상을 제시하며 학문을 꽃피웠다. 이른바 백가쟁명(百家爭鳴) 시기였다.
중국 사상사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이론인 유가와 도가도 이때 등장했다. 강력한 법치주의를 내세운 법가와 겸애·조화를 강조한 묵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에 인도에서 들어온 사상인 불교가 더해져 중국 사상이 발전했다. 유교, 도교, 불교는 중국 전통문화의 3대 버팀목으로서 사상 주도권을 놓고 갈등과 경쟁을 지속했다.
톈진 난카이(南開)대 교수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학파를 만든 중국 학자 류쩌화(劉澤華, 1935∼2018)는 중국 사상을 철학이 아닌 정치학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춘추전국시대에 출현한 사상들의 주류와 귀결점은 정치였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 정치사상과 정치 정신을 우리 몸의 '중추신경'에 비유하면서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중국 사상과 문화를 논하지 못한다고 역설한다.
출판사 글항아리가 펴낸 신간 '중국정치사상사'(中國政治思想史)는 이처럼 중국 사상의 정치성을 중시하는 류쩌화가 난카이대 연구 그룹 박사들과 함께 중국 최초 통일국가인 진나라 이전부터 청나라까지 정치사상을 통사 형태로 정리한 대작이다.
중국에서 간행한 원서가 2천167쪽이며, 번역서는 각주 형태로 일부 원문을 수록해 분량이 그 두 배에 가까운 4천52쪽에 이른다. 1권은 선진(先秦), 2권은 진·한·위진남북조, 3권은 수·당·송·원·명·청을 각각 다뤘다.
각 권이 1천 쪽이 넘는 '벽돌책'의 역자는 장현근 용인대 교수. 그는 1997년 책을 처음 접한 뒤 이듬해 번역을 시작했고, 약 20년 만에 완역이라는 결실을 봤다.
장 교수는 중국 정치학자 샤오궁취안(蕭公權)이 1945년에 쓴 동명 서적이 1998년에야 완역된 이후 중국 정치사상사에 대한 책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면서 "샤오궁취안의 작품이 논리 분석에 충실한 조금 어려운 책이라면, 류쩌화의 저작은 사료 방증과 전통적 학문 방법에 충실한 비교적 쉬운 책"이라고 평가한다.
류쩌화는 원문을 풍부하게 인용하고, 장(章)과 절(節)마다 독자 이해를 돕는 서설을 기술했다. 하지만 주제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양이 많아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저자는 짧은 서문에서 고대 중국 정치사상을 군주 전제주의, 신민(臣民)의식, 성인 숭배 관념으로 요약한다. 이는 근대가 되면서 각각 민주주의, 공민(公民)의식, 자유 관념으로 전환된다.
그가 보기에 고대에서 중세까지, 어쩌면 근대까지도 중국 정치사상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왕'이다.
저자는 "중국과 유럽 역사의 차이점 중 가장 주의를 기울일 만한 것은 중국이 대일통(大一統) 전제 제국으로서 제왕이 사회 정점에 자리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특징을 '중국의 왕권주의'로 명명한다.
왕권주의는 단순히 사회 형태나 권력 체계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적 통제 기제와 관념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왕은 전능하며, 천지 사방과 사람을 소유한 절대적 존재였다.
따라서 중국에서 싹을 틔운 정치사상은 거의 모두가 왕권 강화와 신권 약화를 지향했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그는 "중국 역사상 대부분은 유군론(有軍論)자였다"며 "왕권과 왕제(王制)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정치사상가들은 공통되며, 그들의 정치적 이상은 거의 모두가 왕도와 성왕의 정치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위(無爲)와 자연 회귀를 외치는 도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저자는 도가적 관점에서도 자연으로 가기 위해 정치와 어떤 방식으로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면서 결국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저자는 중국 사상의 고갱이를 중화(中和)나 화합으로 보는 시각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판단은 역사적 실상에서 너무 먼 것으로, 실제로는 귀천의 구별이 뚜렷한 등급 질서의 조합일뿐이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정치사상은 신을 꼭대기에 두는 유럽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에서는 자아를 추구하는 목적이 신이 아닌 성인이 되는 데 있었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신을 개조하는 일도 벌어졌다.
장 교수는 중국의 정치 전통이 오로지 왕권을 위해 존재했다는 저자 주장에 찬성하기 힘들다면서 "도덕주의가 역설적으로 왕권에 대한 강렬한 인식의 통제를 가해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이 중국 정치사상사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탁월한 저작임은 틀림없다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역자 후기에서 "중국인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유를 지배하고 언어를 생산해내는 역사적 구조를 알아야 한다"며 "중국정치사상사는 중국을 공부하고 연구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수적 참고서로, 중국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1권 1천320쪽, 6만5천원. 2권 1천208쪽, 6만5천원. 3권 1천524쪽, 7만원. 세트 15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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