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학회 연구보고서…"362종 중 70% 개체 수 감소"
6천600만년 전 공룡 멸종 이후 '6차 대멸종' 경고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몸집이 큰 거대동물 종(種) 대다수가 인간의 무분별한 도륙 탓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식지 파괴, 환경 오염 등 이미 알려진 것 외에 밀렵·도살 등과 같은 인간의 행위가 이들 종의 개체 수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보존학회지(Conservation letters)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거대동물(megafauna) 362종을 분석해보니 70%가 개체 수 감소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9%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여기에는 인간의 도살 행위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집약농업, 독소, 서식지를 잠식하는 경쟁 종의 존재 등도 개체 감소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인간은 지난 수천년간 거대동물들을 사냥해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냥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0여년에 걸쳐 코끼리거북과 사슴을 비롯해 총 9개 종이 멸종되는 비운을 맞았다.
아프리카지역에 겨우 수백 마리가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마운틴 고릴라와 코끼리, 중국왕도롱뇽 등도 인간의 밀렵 및 도살로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연구보고서는 인간이 '6차 대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상황이라면서 "인간의 직접적인 도살을 최소화하는 게 여러 거대동물종을 구하는 핵심 보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상에 동물이 출현한 이래 가장 큰 멸종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마지막은 약 6천600만년 전에 발생한 5차 대멸종으로 이때 공룡이 자취를 감췄다.
이번 연구보고서의 주요 필자인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윌리엄 리플 생태학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간은 많은 거대동물종을 잃을 것이고 지구는 빈곤한 땅이 될 것"이라며 "인간은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보고서는 다만, 산업화한 가축 도살과 법적으로 잘 통제된 사냥 등은 거대동물의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야생동물종 역시 위기에 처했다는 징후가 곳곳에 있다.
전 세계 포유동물의 96%가 인간이 길들인 가축에 속하며 야생 포유류는 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포유류·조류·어류·양서류 등을 통틀어 야생 개체 수가 1970년 이래 60%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플 교수는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통해 고래를 지켜낸 것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구하기 위해선 국제 조약이 필요하다면서 범국가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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