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외무부 "伊, 유럽의회 선거 목적으로 양국관계 악용" 비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가 이탈리아 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항의해 로마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를 이끄는 인사들이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잇달아 공격하는 것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로 보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최근 이탈리아 정부의 일련의 '도발'에 항의해 대책 논의를 위해 주(駐) 이탈리아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여러 달 동안 프랑스는 반복된 비난과 근거 없는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것과 선거목적으로 양국관계를 악용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며 강조했다.
프랑스의 주 로마대사 소환은 이탈리아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가 최근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 지도부를 만나 유럽의회 선거 공조를 논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탈리아 극우·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핵심인물인 디 마이오 부총리(노동산업부 장관)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노란 조끼' 시위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샤랑송을 프랑스에서 만났다고 밝히고 "변화의 바람이 알프스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 마이오와 샤랑송의 회동에는 '노란 조끼'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서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잉그리드 르바바쇠르 등도 함께했다.
디 마이오는 이들과 유럽의회 선거 공조를 논의하고는 선거 전 로마에서 다시 만나자며 이들을 초청하기까지 했다.
이에 프랑스 외무부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양자 관계를 계속되는 내정간섭을 통해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한 데 이어 하루 뒤인 이날 주 로마대사까지 소환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극우와 반체제 정당이 손을 잡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작년 6월 출범 이후 프랑스 정부 인사들과 줄곧 설전을 주고받으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난민 문제를 두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내무장관)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선자'라고 비난한 데 이어, 디 마이오 부총리도 과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거론하며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빈곤을 유발하고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프랑스는 최근 이탈리아의 행보가 '노란 조끼' 집회에서 분출된 서민들의 엘리트 계층과 중도파 정부에 대한 분노를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의 상황은) 2차대전 종전 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탈리아에 "양국의 역사와 공동의 운명에 걸맞은 상호존중과 우호 관계 회복에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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