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인류 최초의 문자로 간주되는 수메르어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겔 시빌 교수가 세상을 떠난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92세.
시카고대학은 시빌 교수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시카고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했으며,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페인 사바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수메르 문화와 언어, 역사를 공부한 그는 펜실베니아대학 연구원(1958~1962)을 거쳐 1963년부터 40년간 시카고대 오리엔탈 연구소에서 수메르를 중심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연구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시빌 교수가 어릴적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공부할 당시 수도원 안에 놓인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들을 보고 수메르어 기초를 스스로 깨우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우즈 시카고대 오리엔탈 연구소장은 "수메르어를 시빌 교수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동료들은 "시빌 교수의 지휘 하에 수메르어 해독이 급진전을 이뤘다"면서 그를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사진기억력이 출중했던 인물로 기억했다.
수메르는 인류 문명 4대 발상지 중 한 곳인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현재 이라크 남부에 해당한다. 수메르인들은 도시국가 건설, 바퀴·문자 발명, 천문학·야금술 등 다방면에서 인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즈 박사는 시빌 교수가 수메르인의 농업과 관개 방법, 의료 정보 및 처방전 등에 대한 보고서를 해독했을 뿐아니라 그들의 구어체 표현과 농담, 수수께끼, 속담까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빌 교수는 수메르인들이 맥주 만드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다"면서 샌프란시스코 맥주 제조업체 '앵커 브루잉 컴퍼니'(Anchor Brewing Company)의 프리츠 메이텍 회장이 약 4천 년 전 맥주 제조법에 대해 들으려 시카고까지 시빌 교수를 만나러 온 일화도 소개했다.
시빌 교수와 메이텍 회장, 그리고 펜실베이니아대 생물인류학자 솔로몬 캐츠는 결국 수메르인들의 노래를 바탕으로, 그들이 숭배하고 찬미한 맥주의 여신 '닌카시'(Ninkasi)와 같은 이름의 맥주를 개발하기도 했다.
시빌 교수는 시카고대학이 1921년부터 90년에 걸쳐 편찬, 2011년 출간한 총 21권 분량의 '앗시리아 사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시빌 교수는 시카고대학이 있는 하이드파크에서 50년 이상을 살았다. 그는 동료 언어학자인 부인과 이혼 후에도 계속 가깝게 지냈으며, 딸 2명과 4명의 손자, 1명의 증손자를 뒀다.
시카고대학은 다음달 18일 교내 본드 채플(Bond Chapel)에서 시빌 교수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