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점령지를 대부분 해방시켰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필리핀 남부에서는 아직도 IS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한창이라는 현장 군인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 정부군의 남부지역 사령관인 로메오 브로너 대령은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이름)와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IS 추종 반군단체인 '마우테 그룹'에 의한 2017년 남부 마라위시 점령사태에 관여했던 브로너 대령의 경고는 말 그대로 현실이다.
그해 5월에 시작된 마라위 점령사태는 1천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고 5개월 만에 종료됐지만, 마우테 그룹에서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반군 지도자 아부 다르(본명 오와이다 베니토 마로홈사르)의 행적은 여전히 묘연하다.
정부군은 지난달 25일 아부 다르가 주도하는 반군 훈련소를 급습해 3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아부 다르는 정부군의 추격을 피했고,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술루주 홀로 섬의 성당에서 2차례 폭탄테러가 발생해 23명이 죽고 109명이 다쳤다.
정부군의 반군 훈련소 급습이 있는 직후 IS는 마라위 점령사태 후 처음으로 공고문을 발표했다.
공고문에는 성당을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어 있었지만, 필리핀군은 이를 거짓이라고 무시했다.
당시 공고문에는 "IS가 계속 십자가와 우상을 파괴한다는 것을 십자가 숭배자들과 조력자들에게 알리라. 알라는 성공을 허용하는 존재이자 조력자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고문에 예고됐던 성당 공격은 '방사모로(이슬람 국가) 기본법'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터졌다.
방사모로 기본법은 이슬람계 소수민족이 밀집한 이슬람 자치지구(ARMM)와 인근 지역에 입법, 행정, 재정권 등을 갖는 이슬람 자치정부를 수립하는 내용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법이 이슬람교도 위주의 남부지역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평화를 위한 투표 와중에 터진 성당 공격의 배후에 IS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도 뜨거웠다. 필리핀 남부에는 다양한 이슬람 무장세력이 있지만 IS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라위 점령을 주도했던 이스닐론 하필론과 같은 무장세력의 하부 조직 사령관들은 IS에 대한 견해차와 무관하게 필요할 때 서로 연대한다는 게 정설이다.
어쨌든 술루섬 성당 공격 이후 IS 선전 매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인질로 잡힌 것처럼 편집한 사진을 발행하는 등 오랜만에 흥분된 모습이다.
전문가들도 필리핀 남부지역에서 IS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경고한다.
필리핀 평화폭력테러연구소의 롬멜 반라오이는 "외국인 전사들에 의한 성전(지하드)가 펼쳐지는 필리핀에서 IS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