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는 정원 부족·사서는 계약직 문제…교육청들 "딜레마"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정부가 '한 학년 한 권 책 읽기' 등의 정책으로 학교 도서관을 통한 독서 교육을 권장하고 있지만, 도서관마다 사서교사나 사서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모든 학교는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나 사서를 1명 이상 배치하도록 바뀌었다. 이전에는 학생 1천500명마다 1명을 두도록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고 새 학년의 시작을 앞둔 현재, 도서관 전담인력 배치 의무화 규정을 지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경기도교육청 한 곳뿐이다.
교육청들은 사서교사로도, 사서로도 도서관을 채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토로한다. 사서교사는 정원이 한정돼 많이 뽑을 수 없는데, 계약직인 사서를 배치하자니 불안정한 고용을 자초하는 꼴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정책이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지식정보처리 역량 등을 키워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핵심적인 교육 공간으로 도서관을 지목했다. 2017년부터는 초등학생을 시작으로 '한 학년 한 권 책 읽기' 활동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학교 구석에서 외면당하던 학교 도서관을 갑자기 조명하자 문제가 드러났다.
그간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책을 빌려 읽는 공간' 정도였을 뿐 교과 활동에서 핵심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많은 학교가 정규직인 사서교사보다 임금이 비교적 낮은 계약직 사서를 주로 두고 있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국공립 초중고 1만66곳 중 도서관은 1만47곳이 있는데, 전담인력이 있는 곳은 절반에 못 미치는 4천424곳(43.9%)뿐이다. 전담인력은 사서교사가 885명, 사서가 3천539명으로 사서가 4배 많았다.
전담인력이 없는 도서관마다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교사 정원은 정부가 정해놓았고, 사서교사 미배치율에 비해 정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그렇다고 사서교사 정원 외 자리를 당장 계약직 사서로 채워버리면, 앞으로 사서교사 정원이 늘어날 때마다 상당수 사서를 해고해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11월 "(사서교사·사서가 없는) 학교 700여곳에 (정원외) 기간제 사서교사를 배치할 것"이라면서 사서교사 배치에 수백억원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처럼 정원외 기간제 사서교사를 대량 채용해도 향후 해고 사태가 발생한다.
현재 도서관 전담인력 배치율이 91% 정도인 서울교육청은 올해 정원이 6명 늘어나는 사서교사만 배치하고, 비정규직 사서 추가 고용 없이 내년에 사서교사 정원이 늘어나기만을 기다릴 계획이다.
도서관 전담인력 의무화 규정을 현실적으로 지킬 수가 없다 보니 일부러 1년 더 어기는 교육청까지 생긴 셈이다.
수도권이나 광역시보다 지방의 사정은 더 안 좋다.
지난해 4월 기준 도서관 전담인력 배치율을 보면, 광주(99.2%)·서울(91.7%)·대구(78%) 등과 비교했을 때 충남(9.9%)·전남(8%) 등은 턱없이 낮았다.
사서교사 노조와 사서 노조의 '밥그릇 싸움' 양상도 보인다. 사서교사 측은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임용시험도 통과했으므로 자신들이 더 전문성이 있다고 하고, 사서 측은 자격증을 땄고 현장 경험도 쌓았으므로 전문성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교육청들은 우선 사서교사 정원을 확대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정원은 재정 문제 때문에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심사를 거치므로 늘어날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서교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정원이 최대한 늘어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