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호 하노이, 2차정상회담 장소 낙점…평양담판서 美 양보(종합)

입력 2019-02-10 02:19   수정 2019-02-10 12:46

北선호 하노이, 2차정상회담 장소 낙점…평양담판서 美 양보(종합)
이동거리·北대사관 존재·김정은 국빈방문 고려 가능성
CNN "美의 작은 양보"…'비핵화 실행조치 견인' 포석 관측도
하노이 개최로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 상징성 극대화 효과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중부 해안의 휴양도시 다낭을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역사적 장소'로 낙점을 받았다.
베트남 개혁·개방의 심장부인 하노이가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맥을 잇는 역사적인 외교 이벤트의 무대가 된 것이다.
앞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국가가 공개되면서 베트남에서는 수도 하노이와 세계적 휴양지로 뜨고 있는 중부 해안 도시 다낭이 후보 도시로 압축됐다.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일단 장소 면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양보한 셈이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9일(현지시간) "미국이 최종적으로 장소에 있어서는 북한에 선택권을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백악관 회동 이튿날인 19일 '나라를 골랐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5일 국정연설을 통해 베트남에서 오는 27∼28일 김 위원장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도 도시는 공개하지 않아 세계인들의 궁금증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개최 33일 전인 5월 10일 오전에 트위터로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개최국은 22일 전, 개최도시는 19일(한국시간으로는 18일) 전에 트윗으로 날려 1차 회담 때보다 발표를 늦췄다.
그만큼 북미 간에 장소를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만남이 될 수 있는 만큼 북미 양측은 개최 장소를 놓고 정치적 상징성뿐만 아니라 경호와 의전, 시설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며 수싸움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지난달 18일 백악관 회동에서 개최도시와 관련, 미국은 다낭, 북한은 하노이 개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서로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측은 북한 측에 '평양으로 돌아간 뒤 최종 답을 달라'고 확답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도시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북미 양측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6∼8일(한국시간) 방북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벌인 '평양 담판'을 통해 최종 조율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건 대표가 방북하기 전에 이미 이번 평양 담판에서는 전반적인 로지스틱스(실행계획)에 집중하고 세부 의제에 대해서는 다시 만나 추가 논의하는 방향으로 북미 간에 얘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하노이 카드를 고수한 북한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전달받은 뒤 결국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하노이 개최가 확정된 흐름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 체류 중 하노이 카드 확정 직전 이러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비건 특별대표로부터 '최종 결과'를 보고 받은 뒤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노이가 개최 도시임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식으로 미국 측이 성의를 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에서 더 많이 얻어내려는 복안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장소 양보를 통해 의제 협상에서 더 많은 걸 얻어내겠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 외교가 인사는 "북한으로선 여러가지 측면에서 장소 자체가 중요한 이슈일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하노이냐, 다낭이냐의 차이가 그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으로선 장소에 있어 북측에 선택권을 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후 비핵화 등 의제협상에서 '실리'를 취하는 쪽을 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도 하노이와 다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경합을 벌였다며 이번 장소 선택은 미국에 의한 '작은 양보'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사관 때문에 하노이를 선호했으나 미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이미 충분한 점검을 마친 다낭을 선호했다"고 배경 설명을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2년 전에 방문했던 해안 도시 다낭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으나 북한은 하노이 개최를 계속 밀어붙였다며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는 북한이 막판까지 개최 장소로 평양을 희망했으며 논의 과정에서 한때 판문점도 거론되다가 결국 미국 측이 원하던 싱가포르가 최종 선정된 바 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기의 항속거리 등을 이유로 유력 후보지의 하나로 거론돼왔다. 이번에도 '이동거리' 문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중국 항공기를 탔으나 북측은 이번에는 중국 항공기를 타지 않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하노이까지는 '참매 1호'로 비행 가능한 거리로 알고 있다. 다낭까지 이동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복잡한 측면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다른 무엇보다 자국 대사관이 있다는 점을 들어 하노이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빈방문을 추진 중인 상황이 맞물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베트남 국가 주석, 총리와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까지 하노이에서 만나면 김 위원장의 국제 외교무대 데뷔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되리라는 것이다.
당초 북미정상회담 직후 연쇄 개최 방안이 추진됐던 미중정상회담의 장소가 다낭 또는 중국 하이난 등으로 거론돼온 가운데 2월 말 미중정상회담 카드가 물건너가면서 미국으로선 굳이 다낭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을 수 있다는 말도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나왔다.
하노이에 밀린 다낭은 2017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 회의 참석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경호 계획을 짜기에 용이하고, 그만큼 회담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으며, 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 휴양 도시라는 점 등에서 미국 측이 밀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년고도 하노이가 베트남의 오랜 수도일 뿐만 아니라 전쟁 기간 북베트남의 심장부였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미국의 적대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전환한 '베트남 모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분석도 많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하노이 개최를 발표하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 대단한 경제강국(great Economic Powerhouse)이 될 것이다.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경제적인 로켓!"이라고 북한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언급하며 '비핵화시 경제발전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의 국교 수교 등 관계정상화 이후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회담 개최 도시가 최종 결정됨에 따라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의제 조율과 함께 의전 및 실행계획 협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상회담까지 19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빠듯한 준비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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